[人터view] 불안의 시대를 거스른 힘, 역학

[人터view] 불안의 시대를 거스른 힘, 역학

2020.09.20. 오전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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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역학조사관인데요.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해 접촉자를 분류하고, 적시에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있게끔 하는 역학조사 활동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역학조사 체계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람, 공간, 시선을 전하는 YTN 인터뷰.

감염병 대유행의 시대에 역학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왜 역학조사를 방해하면 안 되는지 역학조사관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9월 17일 현재,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 약 30,000,000명, 사망자 950,000명, 대한민국 확진자 약 22,000명, 사망자 372명.

감염 우려를 무릅쓰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원 /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단장 (초대 역학조사관) : 특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초동대응할 때 역학조사는 어떤 (감염병) 유행을 차단하고 나아가서 더 많은 인명을 구하는 가장 교과서적인 방법이기 때문에(중요합니다.) 지금 하는 방법론들도 역학에 있어 시조처럼 불리는 존 스노우의 방법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습니다.]

1854년 영국 런던 소호, 10일 동안 500명이 원인 불명의 감염병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엔 감염병이 나쁜 공기나 악취로 퍼진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마취과 의사 존 스노우는 이 사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사망자 집을 지도에 표시하며 감염병을 추적했고 그 결과 펌프 중심으로 감염병이 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곳에서 길어다 먹은 물이 문제였다.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병의 원인은 콜레라였다. 펌프가 폐쇄된 후 감염병 확산은 멎었다. 이것이 역학의 시작이다.

[이상원 /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단장 (초대 역학조사관) : 1998년 우리나라에서 세균성 이질이 크게 있었는데 지금 (질병관리청) 청장님으로 있으신 정은경 청장님을 비롯해 (당시) 간부들께서 미국에는 역학조사관 제도가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비슷한 제도가 없는가에 대해 굉장히 많이 고민하셨고, 처음으로 역학조사관 제도라는 것을 만들자(고 하게 됩니다.)]

2000년 홍역, 2001년 콜레라,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이 땅에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역학조사관이 최전선에 있었다. 그들의 축적된 경험이 오늘날의 방역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상원 /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단장 (초대 역학조사관) : 2015년 메르스 같은 경우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에 대한 자책이랄까 좀 더 빨리 검사하고 좀 더 빨리 더 넓게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경험들이 현재의 역학조사 체계를 이끌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검사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게 1월 4일이었는데, 그때가 원인 병원체에 대해 중국에서 발표하기 3일 전이었습니다. 다른 의료계에 계신 선생님들과 협동을 하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진단 검사법을 만들고자 노력을 했고, 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전국적인 검사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한 명의 거짓말이 7차 감염으로까지 이어졌다. 사흘간 감염 경로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80명 넘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장윤숙 /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 : 전화를 받지 않으시고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으시는 분도 사실 계시기도 하고요. 사실과 다르게 말씀하셔서 검사받을 분들과 진료받을 분들이 적시에 제대로 검사와 진료를 받지 못하시게 되면 그것에(거짓말) 대한 영향이 상당히 큽니다. 계속 감염이 이어지고 있거나 고위험 시설일 경우는 노출자들께서 사망하시거나 그런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예상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일반 국민 1,44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2차 항체 조사에서 단 한 명만이 항체를 갖고 있었다. 집단면역은 여전히 불가능하고, 백신과 치료제는 아직 요원하다. 불안의 시대는 이어지고 있다.

[장윤숙 /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 : 한분 한분이 역학에 다 임하고 계신다고 볼 수 있는데요. 방역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많은 기관이 (방역에 관한) 모든 게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방역 당국이) 의사 결정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정보들이 역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역학은) 많은 분이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정보다.]

[이상원 /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단장 (초대 역학조사관) : 저희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신념과는 무관하게 저희는 과학적이고 양심적인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니 저희를 좀 더 믿어주시고 역학조사에 참여해 주신다면 우리나라가 보다 빨리 안전하게 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버트너/ 연진영[yjy1796@ytn.co.kr], 김현미[hm2032@ytn.co.kr], 김대겸, 장승대

도움/ 이상원 역학조사단장, 장윤숙 역학조사관, 질병관리청, 하남시 보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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