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격리 기각되고 긴급돌봄 신청 안 하고..."막을 수 있었는데"

[앵커리포트] 격리 기각되고 긴급돌봄 신청 안 하고..."막을 수 있었는데"

2020.09.17.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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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과 8살 초등학생, 어머니가 집을 비우고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이 단둘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집에 불이 났습니다.

화상을 입어 중태에 빠졌습니다.

과거 세 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분노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까맣게 타버린 부엌이 당시 상황을 보여줍니다.

불은 집 안 곳곳으로 번졌습니다.

천장과 각종 집기가 검게 그을렸고, 다른 방 역시 화마의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불이 난 와중에 어린 형제는 다급하게 119에 신고해 살려달라고 외쳤는데요.

소방관이 위치추적을 통해 현장에 도착했지만, 심한 화상을 입은 상황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셋이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아이를 방치한다는 이웃 신고가 지난 2018년 9월부터 지난 5월 사이 3건이나 접수됐다는 겁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형제 어머니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넘겼죠.

우울증과 불안 증세 등으로 어머니가 아이를 방임할 우려가 있다고 본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 아이를 시설에서 보호하도록 격리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격리보다는 심리상담이 낫겠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상담이 이뤄지지 못하던 중 사건은 발생했습니다.

불이 난 건 낮 11시쯤이었습니다.

비대면 수업이라도,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더라면 아이는 학교에 있었을 것이고, 점심은 별다른 비용 없이 급식으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소득이나 한부모 가정이 우선이었는데 어머니는 이 또한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고 이틀 뒤, 또 다른 아동학대 사건 판결이 있었습니다.

여행용 가방에 동거남 아들을 가둬 숨지게 한 여성에게 징역 22년이 선고된 겁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이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충분히 인식·예견할 수 있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의 수십 차례 반성문이 변명으로 일관됐다며, 특히 사고 한 달 전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비극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전자발찌 부착은 '재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유족은 처벌이 부족하다고 항변했습니다.

[피해 아동 유족 (어제) : 이게 22년밖에 안 나왔다는 게 너무 말도 안 되는 거 같아요. 항소해서 감형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아이는 그렇게 힘들게 죽었는데…. 너무 화가 나요.]

박광렬[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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