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해고 안 하면 광고 끊는다"...이재용 공소장 살펴보니

"편집국장 해고 안 하면 광고 끊는다"...이재용 공소장 살펴보니

2020.09.13. 오전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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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 주도로 합병 성사 위한 긴급 대응전략 수립"
"우호적 언론보도 유도하기 위한 계획도 수립 이행"
"나흘 동안 36억 광고 발주…비판 기사엔 압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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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소장엔 우호적인 언론 보도를 유도하기 위한 삼성의 움직임이 적시됐습니다.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엔 광고를 끊겠다고 압박해 편집국장 해고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위기가 닥친 건 지난 2015년 5월 말입니다.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상황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 4.9% 보유 사실을 알리며 공개적으로 불합리한 합병이라고 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 등의 공소장엔 이를 기점으로 미래전략실 주도로 긴급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우호적인 언론보도를 유도하기 위한 계획도 이 무렵 수립돼 이행됐습니다.

평소 선물과 접대 등을 통해 교분을 쌓아온 언론사 임직원과 기자들에게 앨리엇을 공격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기사 작성 요구도 빈번하게 이뤄진 게 대표적입니다.

결과적으로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은 '기업사냥꾼'이나 '먹튀' 등 시세차익만 노리는 투기 세력으로 묘사되면서 합병 구도가 삼성과 엘리엇의 선악 대결로 그려졌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이 무렵 삼성 측은 나흘 동안 36억 원 상당의 의결권 위임 관련 광고를 발주하기도 했는데, 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보도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 무료 일간지 대표에겐 '최지성, 제 꾀에 제 발목'이란 기사를 문제 삼아 편집국장을 해고하지 않으면 광고와 협찬을 줄이거나 끊겠다고 압박해 실제 보도를 막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요 신문지면을 우호적인 의견으로 채우기 위해 저명인사들도 동원됐습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겐 기고문을 대신 작성해 보내주고 그 내용대로 언론사 인터뷰를 하도록 유도했고, 황영기 당시 한국금융투자협회장과 손병두 당시 한국선진화포럼 회장에게도 엘리엇을 비난하는 인터뷰와 토론회 등을 요청해 역시 관련 내용이 기사화됐습니다.

이처럼 왜곡된 정보를 조직적으로 기사화해 일반 대중은 물론 투자자까지 속였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안타깝기까지 하다는 입장으로, 검찰의 기소가 왜 부당한 건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히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합병 당시 집행한 36억 원 상당의 광고도 주주들에게 합병 취지를 설명하고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도 내용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본격적인 재판 전부터 법정 밖 공방은 이미 시작된 상태로, 이재용 부회장의 첫 재판은 다음 달 22일 열립니다.

YTN 이종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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