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수중마을 된 이길리..."수해에 진절머리 날 지경"

세 번째 수중마을 된 이길리..."수해에 진절머리 날 지경"

2020.08.13. 오전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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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전국 각지에서 복구 작업이 한창인데요.

70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진 철원군 이길리 마을은 물이 빠진 지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상흔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현장에 취재기자 나가 있습니다. 김우준 기자!

집중 호우 피해 당시에도 김 기자가 나가 있던 곳인데요. 일주일 뒤에 다시 찾은 건데,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제가 나와 있는 곳은 이길리 마을입니다.

80여 가구, 주민 130여 명이 사는 곳인데요.

지난주 집중호우 당시에는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길 어귀에서 상황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이 마을이 민통선 안에 있는 군 통제 지역인 데다, 지뢰가 물에 떠밀려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서 출입이 제한됐었기 때문입니다.

피해가 난 지 일주일 뒤에서야 취재진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나와 있는 현장은 지난 5일 피해 당시 마을을 지켜주었던 둑이 무너진 곳입니다.

제 뒤로 지금 한탄강 보이실 텐데요.

지금은 더없이 잔잔하지만, 지난 집중 호우 때는 제가 서 있는 이곳까지 물이 들이찼습니다.

물이 빠르게 차오르면서, 둑이 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겁니다.

100m 가까이 되는 둑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걸 볼 수 있는데요.

이 간격 사이로 한탄강이 마을 안으로 쏟아지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겁니다.

지금은 우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 임시 둑을 설치하는 모습입니다.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마을 곳곳에는 여전히 그날의 피해 상황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전신주는 힘없이 강변 곳곳에 누워 있고, 떠밀려온 적재물들은 곳곳에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이 마을이 수해 피해를 입은 건 지난 96년과 99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입니다.

[앵커]
상습 침수 구역인 데다, 지뢰까지 발견되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 같은데, 마을 이전을 검토해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요?

[기자]
마을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건 마을을 통으로 이전시켜 달라는 겁니다.

이길리는 작은 농촌 마을인데요.

1979년 북한에서 관측되는 곳에 주택을 지으라는 정부의 전략촌 정책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북한에 잘 보이기 위한 선전 마을인 셈인데,

북한 고지대에서 잘 보이기 위해서 사실상 하천보다 낮은 지대에 지어진 겁니다.

입주부터 주민들이 수해를 입을 수 있다고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96년과 99년에 이어 다시 물난리를 겪은 겁니다.

현재 이곳에서 2km 떨어진 오덕초등학교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마을 이전을 요구하고 있고, 주민 90% 이상이 마을 이전에 찬성했습니다.

주민 목소리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전송금 /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 주민 : 정부에서 컨테이너 하나라도 지어주면 나가지. 여기서 아주 살고 싶지 않아 나는 너무 진절머리가 나서, 이제 둑이 다 터져서 더 힘들어 이제….]

하지만 주민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인만큼 정부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마을 이전은 불가능합니다.

우선 정부의 답변은 긍정적입니다.

최문순 도지사는 군과 협의해 주민들을 이주시킬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고, 마을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마을 이전에 공감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마을은 지난 2011년 24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배수 펌프장까지 설치하고,

교량 정비를 마쳤지만, 이번 집중 호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 마을 안에서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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