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고 흑인 분장 논란에 "인종차별, 공교육서 다뤄야" 청원

의정부고 흑인 분장 논란에 "인종차별, 공교육서 다뤄야" 청원

2020.08.12. 오전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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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고 흑인 분장 논란에 "인종차별, 공교육서 다뤄야" 청원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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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분장을 하고 이른바 '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한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공교육 과정에서 인종차별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을 공교육 과정에서 더 자세히 다뤄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의정부고 학생들이 흑인 분장을 하고 이른바 '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한 것을 언급했다. '관짝 소년단'은 가나의 장례식에서 관을 옮기면서 춤을 추는 문화를 인터넷에서 흥미롭게 패러디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청원인은 "개인적으로 해당 학생들이 본인들의 행동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라며 "어린 나이이고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동료 학생이 미리 저런 행동이 옳지 못한 것이라 가르쳐주고 이끌어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이 논란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인종이 흑인 흉내를 내면서 검은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는 것은 '블랙 페이스'라는 대명사로 정리되는 인종차별 행위다. 서구권에서는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중단된 행위"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인권, 생명, 정의를 추구하는 현 정부에서 공교육 과정이나 사회적 교육과정에서 짧게라도 각종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한 교육을 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인종차별 피해국"이라며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일본은 조선인들을 '조센징'이라고 부르며 비하했다. 조선인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식량과 자원을 강제 수탈당했다. 태평양 전쟁에서는 죄 없는 우리 민족이 비인간적인 지옥으로 끌려갔던 일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역경을 이겨낸 현재 한국이 매우 자랑스럽지만, 이런 과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아픔도 깨닫고 위로해주어야 한다"라며 "저 (의정부고 '관짝 소년단' 졸업 사진의) 행위가 '그냥 인터넷의 밈(meme)을 따라 한 것일 뿐인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12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청원에는 6천 명 이상이 동의했다.

'관짝 소년단' 논란은 매년 독특한 분장을 해 졸업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의정부고에서 일부 학생들이 가나의 상여꾼을 패러디하면서 불거졌다. 사진 속 학생들은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분장을 했고, 온라인에서는 이를 두고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가나 출신 방송인인 샘 오취리는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학생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흑인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제발 하지 말라. 문화를 따라 하는 것은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까지 칠해야 되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인종차별을 지적한 샘 오취리의 게시물은 의외의 지점에서 공격을 받았다. 일반인인 의정부고 학생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 케이팝에 대한 가십을 칭하는 해시태그 'teakpop'를 사용한 점 등이 문제라는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샘 오취리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라며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고 학생들 허락 없이 사진을 올려서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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