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검찰총장 무력화' 개혁위 권고...들끓는 검찰 안팎

[취재N팩트] '검찰총장 무력화' 개혁위 권고...들끓는 검찰 안팎

2020.07.28.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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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어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법무부 장관이 각 고등검사장을 상대로 사건을 지휘하게 하자는 권고안을 내놨죠.

위원회는 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각종 폐단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장관에게 권한이 집중돼 수사 독립성이 훼손될 거란 우려가 큽니다.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검찰개혁위의 권고안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박서경 기자!

어제 발표된 권고안, 어떤 내용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먼저 개혁위는 총장의 가장 핵심 권한인 수사지휘권을 아예 없애고 권한은 각 고등검찰청장에게 분산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대신,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을 상대로 직접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라고 했습니다.

다만 정치적 중립을 위해 불기소 지휘는 금지하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검찰 인사와 관련해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 대신 검찰인사위원회 의견을 들으라고 권고했고요.

총장은 서면으로만 인사위에 의견을 내라면서 사실상 배제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검찰총장을 현직 검사 중에서만 임명하는 관행도 바꾸고 판사, 변호사, 여성 등으로 다양화하라고 했습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총장 힘을 빼고 장관에게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기자]
네. 사실상 검찰총장은 수사랑 인사에서 손 떼란 건데 개혁위는 검찰의 표적, 과잉 수사나 제 식구 감싸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개혁위 대변인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정영훈 /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대변인 (어제) :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을) 남용하면 견제할 기관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것이고.]

그런데 총장 권한을 없애고 오히려 장관 권한을 집중시키는 방안이다 보니 당장 수사 독립성이 훼손될 거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어제 권고안 발표 현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는데요.

장관 의견과 반대될 때 고검장이 압박받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개혁위는 최종적인 수사지휘권이 생기면 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또 장관 견제수단은 뭐냐는 질문에 불기소 금지 규정이 있고, 만일 정치적 의도로 수사지휘를 해도 국민과 국회가 판단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다소 추상적인 답변인데요.

검찰 독립성을 침해하는 권고안이란 반발도 많죠?

[기자]
네. 당장 검찰 주변에서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까지 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인사 의견을 듣도록 권고한 검찰인사위원회도 대부분 장관이 임명하고 있다며 하나마나 한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인 양홍석 변호사도 장관과 총장을 분리한 건 정치적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총장이 혼자 버티면 되는데, 고검장은 개별 전투가 될 수 있어서 민주적 통제방안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되고 더 올라갈 곳이 없어 상대적으로 정치권력의 눈치를 덜 봐도 되는데 고검장들은 언제든 장관이 인사 발령을 낼 수 있는 만큼 권력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제가 통화한 현직 부장검사 역시 검찰이 표적, 별건 수사한다는 전제가 잘못됐다며 이미 인사로 총장 힘이 빠진 상황에서 제왕적 검찰총장을 문제 삼는 건 뜬금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그동안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은 인사와 수사 등을 두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는데요.

이런 갈등이 권고안의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아무래도 시기나 내용 등을 볼 때 지금의 갈등 상황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추미애 장관은 취임 초기 검찰 인사부터 검-언 유착, 한명숙 사건 등을 놓고 윤석열 총장과 계속 부딪혀 왔습니다.

갈등이 격화됐던 지난 6월 추 장관이 국회에서 윤 총장을 언급하며 했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추미애 / 법무부 장관 :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 지시를 하겠다, 내 말 못 알아들었으면….]

추 장관은 결국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특정 사건 수사 지휘에서 윤 총장을 배제했고, 겉으로는 갈등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였는데요.

조만간 단행될 검찰 인사에서 총장 의견이 배제되고 측근들이 대거 물갈이될 경우 또 한 번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혁위는 이미 지난해부터 총장권한 축소 개혁안을 추진하며 자료를 요청해왔다고 설명했지만, 배경엔 이런 갈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권고는 사실 권고일 뿐이라 법무부가 입법을 추진해야 현실화되는데요.

법무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법무부는 그동안 개혁위 권고에는 대부분 긍정적이었는데 이번 권고에 대해선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습니다.

개혁위 권고대로 하려면 말씀하셨듯 법률개정이 필요해서 당장 시행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는 물론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을 듯해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검찰을 정치권력이 통제하겠단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실제 추진된다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박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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