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Y] 전자발찌 차고 금주명령 어겼는데...법무부의 '황당' 반응

[제보는Y] 전자발찌 차고 금주명령 어겼는데...법무부의 '황당' 반응

2020.07.27. 오전 05:3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관리 책임 법무부, A 씨 음주 사실 확인 후 방치
법무부 "술자리 자체는 문제로 볼 수 없어"
경찰, A 씨 전자발찌 착용 모른 채 수색…"조회 안 돼"
법무부는 실종신고·경찰은 착용 사실 몰라 혼선
AD
[앵커]
전자발찌를 차고 출소한 성범죄자가 술을 마시고 폭행 사건을 일으켜 법원에서 금주 명령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불과 엿새 뒤 12시간 동안 또 술을 마셨는데, 법무부는 이를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사자가 직접 YTN에 제보하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홍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폭행 범죄로 옥살이한 뒤 2018년 5월 출소한 A 씨.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한 전자발찌를 찼는데 그러고도 술에 취해 버스 기사를 폭행하고, 경찰을 위협하는 등 사고를 저질렀습니다.

결국, 법원은 지난 8일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술을 마시지 말라고 추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지난 14일 A 씨는 자택에서 지인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정오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집 밖으로 나가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고, A 씨는 자정쯤 유흥업소를 방문했다가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법무부는 A 씨의 음주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전화를 걸어 소재 파악을 하고, 외출했을 경우엔 귀가 시간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A 씨 / 전자발찌 착용자 : 몇 시에 귀가할 건지 전화는 왔었죠. 한 번 했어요. 11시 50분에서 열두 시 사이에 항상 하니까요.]

법무부의 확인 전화를 받은 A 씨는 아내와 함께 있다고 거짓말을 했고, 법무부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A 씨를 그대로 내버려뒀습니다.

[법무부 관계자 : 배우자랑 같이 있고, (새벽) 두세 시쯤 들어가겠다…. 야간 근무자는 외출 제한 위반한 긴급한 출동 상황이 있어서 그쪽을 우선….]

법무부는 또, A 씨가 음주 제한 상태라 하더라도 술자리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 관계자 : 단순히 본인이 술자리에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준수사항을 위반한 건 아니죠. 준수사항이란 부분은 보호감찰관이 계속 체크를 하고요. 그 부분이 누적되고 중대하다고 판단을 하면 제재 조치를….]

하지만 A 씨는 당일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만취했는데도, 법무부가 자신을 방치한 건 말이 안 된다며 자신뿐 아니라 법무부도 문제가 많다며 관련 사실을 YTN에 제보했습니다.

YTN 홍민기[hongmg1227@ytn.co.kr]입니다.

[앵커]
본인 말처럼 A 씨가 잘한 건 없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법무부와 경찰 사이에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 건데, 그럼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지 안윤학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A 씨가 귀가하지 않자 아내는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거리를 2시간 반 가까이 헤맸습니다.

[경찰 관계자 : 휴대전화 위치 값이 뜨는 데가 XX역 3번 출구 쪽이에요. 발견을 못 해서 또 집 쪽으로 가는 길에 있을까 봐 집 쪽까지 다 수색을 했다는 거죠.]

전자발찌를 착용하면 쉽게 위치 추적이 가능한데, 경찰은 A 씨가 착용자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경찰의 신원조회 시스템엔 관련 내용이 뜨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 : 그 사람이 전자발찌 대상자라고 뜨진 않더라고요. 저희가 바로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래서 법무부는 실종신고 사실을 모르고, 경찰은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법무부 관계자 : 연락도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경찰로부터 요청받은 사실도 없고, 배우자한테 전화를 받은 부분도 없었거든요.]

현행법상 경찰은 법무부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12 신고 즉시 전자발찌 착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경찰에 구축돼 있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전자발찌 착용자가 연루된 사건이 벌어져도 경찰이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실종 신고가 들어왔을 때 '아 이 사람은 전자발찌 착용자구나', 이렇게 경찰이 초동 단계에서 알 수 있느냐, 없단 말이에요. 그 와중에 재범을 할 수도 있고 그런 거죠.]

법무부는 개인정보에 해당해 완벽한 공유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자발찌가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장치인 만큼, 전과 기록을 사법 기관끼리 공유해 비효율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