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바지 입은 포순이, 여성성이 빠지니까 전문성이 보인다

[생생경제] 바지 입은 포순이, 여성성이 빠지니까 전문성이 보인다

2020.07.17. 오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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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바지 입은 포순이, 여성성이 빠지니까 전문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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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김헌식 문화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바지 입은 포순이, 여성성이 빠지니까 전문성이 보인다.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두 번째 수다거리는 이 기사보고 웃었는데요. 사실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였어요. 포돌이, 포순이. 우리 경찰청의 상징인. 여기서 여경을 상징하는 포순이가 옷을 갈아입었어요. 소식 들으셨어요? 바지를 입었고, 이건 저는 당연한 건데 속눈썹도 없앴더라고요. 웃으면서 얘기했는데 이건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두 분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이하 윤덕환)> 저는 여성성이 빠지니까 전문성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식의 관점이 얼마 전에 항공사에서도 비슷하게 있었던 것 같고 기본적으로 성적인 관점으로 보던 대상의 관점을 그 사람의 역할이나 전문성으로 보이는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혜민> 이 말 좋네요. 여성성이 빠지니까 전문성이 보인다. 평론가님은 어떠셨어요?

◆ 김헌식 문화평론가(이하 김헌식)> 사실 포돌이 포순이 자체가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상당히 있었고요. 유니폼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실제로 실행을 한 거고요. 저는 전문성까지는 못 가더라도, 사실 남녀로 구분하기 전에 직업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경찰관이면 경찰관, 소방관이면 소방관, 응급구조원이면 응급구조원에 맞게 해야 하고 그게 하나의 캐릭터로 직업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지 그것이 왜 굳이 젠더를 부각해야하는 것인지 우리가 그동안 성찰을 안 했다는 것이고요. 업무적 특성이 많이 부각돼야 하죠. 예를 들면 경찰이다. 그러면 경찰 업무라는 것이 결국 위기 상황에서 출동해야 하는데 출동에 적합한 의상이어야 하지 그게 왜 남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야 하느냐. 업무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이 안 됐던 캐릭터 작업이에요. 그래서 이게 90년대 중후반부터 관공서에 캐릭터 작업을 많이 했었거든요. 거기에는 젠더 의식과 업무 역할 그리고 말씀하신 전문성이라는 것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거를 이번에 바로잡는, 이제야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 김혜민> 저도 예전에 무슨 캐릭터 박물관에 갔는데 거기에 영웅들 캐릭터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여자 영웅들 있잖아요. 캣우먼, 그리고 아이언맨에 나오는 여자 영웅이 있어요. 그런데 여성 영웅들이 다 비키니를 입고 싸우는 거예요. 아니 싸움을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싸우기 편한 복장을 하고 영웅이 나가야 하는데 여자 영웅들은 몸에 딱 붙고 짧은 치마입고 저렇게 입고 싸우기 쉽지 않겠단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직업의 특성이 캐릭터에 반영되어야지 왜 성별의 특성이 반영되냐, 그 말씀은 일리가 있네요.

◆ 김헌식> 예를 들어 소방 방재 업무라고 하면 빨리 출동해서 사람을 구하든 아니면 불을 꺼야 하는데 거기에 최적화된 옷이 어떤 옷일까, 이걸 생각해야 하는데 남녀를 떠올려서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 이것도 기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그동안 잘못된 거죠.

◇ 김혜민> 포순이도 속눈썹 떼길 잘한 것 같아요.

◑ 윤덕환> 그게 고려가 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경찰청이라는 거 자체가 남성성이 굉장히 잘 드러나는 조직의 특성을 갖다 보니까 아마 남성들 시선으로 캐릭터를 그려서 그런 것 같아요.

◇ 김혜민> 맞아요. 그런데 왜 우리는 호돌이 호순이, 포돌이, 포순이 왜 돌이와 순이를 붙일까요?

◑ 윤덕환> 국어책에서 처음에 그렇게 가르쳐서 그런 가봐요. 영애와 순이.

◇ 김혜민> 21년 만에 포순이가 치마를 벗고 속눈썹을 뗐습니다. 사실은 패션계에서는 이걸 젠더리스라고 하더라고요. 오래 전부터 이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남자가 아주 작은 핸드백을 맨다든지 여자가 굉장히 큰 남자 옷을 입는다든지 방탄소년단이 젠더리스 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해서 화제가 됐었다면서요?

◆ 김헌식> 그래서 주로 옷 색깔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저 같은 경우도 방탄소년단이 분홍색 옷을 입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저도 시도를 해봤어요. 분홍색 옷을 입었어요. 그런데 결국에는 젠더리스를 넘어서서

◇ 김혜민> 어울리냐 안 어울리냐의 문제예요.

◆ 김헌식> 저한테 안 어울리더라고요. 젠더리스 유행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결국 안 어울리더라고요.

◇ 김혜민> 이런 말도 언젠가 없어지겠죠. 그쵸?

◆ 김헌식> 요즘 방탄소년단 혹은 남자 연예인 같은 경우는 어울리는 거죠. 어울리기 때문에 입는 것이죠. 그래서 앞서 직업적인 어떤 특성을 살리는 캐릭터도 말씀드렸지만 결국 젠더리스라는 것이, 내가 만약에 얼굴이 남성이라 하더라도 분홍색 옷을 입으면 어울린다, 그러면 입어야죠. 그런데 대체적으로 이전에 분홍색은 여자 것이라고 하니까 나 잘 어울리는데 인위적으로 젠더의식 때문에 못 입게 했던 거잖아요. 그래서 어울림, 자기 스타일에 맞춰서 남녀 구분 없이 입는 것이 흐름 아닐까요?

◑ 윤덕환> 직관적으로 사실 컬러나 이런 것에서 풍기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이미지는 사실 인위적으로 끌 수는 없을 것 같고 다만 제가 보기에 젠더리스가 엔터테인먼트나 상업적인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완전히 간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쪽은 좀 극단화되는 거 같아요. 굉장히 성성을 강조하는 쪽의 상품들도 있으니까. 다만 공공의 영역에서는 젠더리스가 어떤 식의 표준이 되가는 과정인 것 같고. 저는 사실 사소한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 하나 바뀌는 게 별거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유난을 떠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세상의 변화라는 건 되게 사소한 거에서 시작되니 때문에. 문득 생각나는 게 얼마 전에 만델라의 막내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 있었잖아요. 그런데 넬슨 만델라가 굉장히 큰 변화를 남아공에 가져왔는데 27년 감옥에 있을 때 시작한 사건은 굉장히 사소한 거였어요. 감옥 안에서 흑인들한테 긴 바지를 달라는 거였어요. 왜냐하면 백인이 보기에 기본적으로 흑인은 열등하고 이렇기 때문에 반바지를 입혔거든요. 감옥 안에서라도 긴바지를 달라고 사소한 거 하나로 바꿨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 사소한 변화가 연속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 김헌식> 젠더리스 관련해서 의상을 말씀드렸는데, 이 시간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지난해인가요. 트렌스젠더를 하신 분이 여대에 입학하면서 불거졌던 문제 중 하나가 젠더리스 화장실 문제였어요. 사실 외국 같은 경우 대학을 중심으로 젠더리스 화장실,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쟁이 뜨겁거든요.

◇ 김혜민> 그건 성소수자를 위한 화장실이에요?

◆ 김헌식> 원래는 성소수자를 위해서 한 것이죠. 그런데 그게 여성들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경우도 있어요. 왜냐하면 여성들이 좀 위험하다, 라고 하기도 해서. 활성화될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화장실 문제를 젠더리스 관점에서 어떻게 할 거냐 라는 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요.

◑ 윤덕환> 중요한 거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면 포돌이, 포순이가 굉장히 이쁘고 귀여운 캐릭터인데 눈썹과 치마를 뺐을 때 중요한 게 바뀌고 있다는 것 중 하나가 남성적 시선에서 포돌이 포순이를 예쁘게 그렸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중적 시선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 시대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성적 관점으로 봤을 때 얘는 예쁘고 귀여운 게 아니고 경찰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성이 중요해졌는데 다중적 시선이 중요해진 사건이 있어요. 어저께 노라조의 조빈이 사과 성명을 냈잖아요. 카레라는 노래가 10년 전에 나온 노래인데 거기에 샨티 샨티하고 타지마할 이용어가 생각지도 않고 쓴 건데 이게 세븐틴이 노래를 불러서 다시 유행하면서 이게 지역 문화를 폄하한다는 식의 관점이 있거든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어떤 식의 문화콘텐츠를 냈을 때 다중적 시선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거예요. 10년 전의 것도 긁어서 문제가 됩니다. 이게 중요한 하나의 변화로 왔기 때문에 우리가 대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거나 언행을 할 때 항상 내 지지자만 봐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것들이 어떻게 해석될 건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 김헌식> 문학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지금 시인들이 자기 작품을 수정해요. 예전의 성 의식에 상관없이 남성중심적으로 창작했던 것들을 바꾸고 있어요. 시 언어들을. 그런 작업도 중요하거든요.

◇ 김혜민> 저는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요. 여기에서 또 하나는 그렇게 개닫고 고치는 사람에게는 우리가 너무 날선 비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그 문화가 있었고, 모르고 저질렀고 지금에 와서 그거를 고치는 거에 있어서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허용해주고 그 용기에 대해서 칭찬해주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적인 어느 정도의 면죄부는 줄 수 있는 선에서입니다. 물론. 아까 말한 내가 모르고 한 것, 성인지감수성이 낮은 행동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 우리가 또 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야 사회가 변화하지 않겠어요? 알겠습니다. 노라조 씨는 저도 몰랐네요. 카레 관련해서 인종차별 논란을 사과했습니다. 10년 만에. 포돌이, 포순이도 21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고요. 그리고 포돌이 포순이 바뀐 거 너무 잘했는데 여전히 눈이 얼굴의 2/3이에요. 이렇게 예쁘게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2/3인 사람이 어디 있어요. 외모지상주의를 만드는 캐릭터입니다. 오늘도 휴가 관련한 트렌드, 젠더리스 관련한 트렌드 두 분과 함께 즐겁게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덕환, 김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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