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철거비 없어 폐업도 못 해"...현실 동떨어진 자영업자 대책

[중점] "철거비 없어 폐업도 못 해"...현실 동떨어진 자영업자 대책

2020.07.06. 오전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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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폐업 결정한 태권도장…철거할 돈 없어 방치
임대료 부담에 보증금 날리고 관리비도 밀려…개인회생 신청
자영업자 정부 지원금은 부업 고용보험 때문에 못 받아
사회안전망 보호 못 받는 자영업자…마땅한 대책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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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가운데 업장 철거할 돈이 없어 마음대로 폐업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의 긴급지원금은 신청자 폭주로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하는 정부 지원책이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더욱 수렁으로 몰고 가는 형국입니다.

나혜인 기자가 중점 취재했습니다.

[기자]
23년 동안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48살 이정기 씨는 한 달째 도장을 열지도, 닫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많을 때는 50명 가까이 되던 원생이 코로나19 사태로 6명까지 줄자 폐업을 결정했지만, 인테리어 철거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겁니다.

철거하고 건물을 나가야 하는데, 철거 업체를 부를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4백만 원 가까운 임대료를 감당 못 해 보증금은 다 날렸고, 관리비도 7백만 원가량 밀려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이정기 / 인천 A 태권도장 관장 : 체육관 자체 철거하는 데 비용을 한 250만 원가량 예상하고 있어요. 가운데 칸막이 세우는 데 80만 원가량 예상하고요. 다른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 굉장히 답답하죠.]

정부의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이나 소상공인 폐업지원금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 봤지만,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태권도장 운영만으로 버티기 어려워 야간 택배 부업에 나서며 가입한 고용보험이 문제였습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정기 / 인천 A 태권도장 관장 :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이걸 유지하고자 (또) 취업을 한 거거든요. 뭔가 살짝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진 거니까 절망감이라고 할까요, 그게 배가 됐죠.]

자격이 되는 자영업자라고 이 씨보다 사정이 나은 건 아닙니다.

애초 2주 안에 지급한다던 지원금에 백만 명에 가까운 신청자가 몰리면서, 기약 없이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클럽 발 감염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태원 상인들은 날마다 피가 마르는 심정입니다.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곳 이태원 상권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클럽 등 유흥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이 여파로 주변 가게들이 영업난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겨우 버틴다 한들 정부 지원금으로는 임대료 내기도 버겁습니다.

[식당 주인 / 서울 이태원동 : 그거 턱도 없어요. 우리는 애들이 공부하는 애들도 있고 식구가 일곱인데 큰일이다, 점심시간에 하나도 못 팔았어요.]

정부의 지원금 취지는 고용 유지.

하지만 쌓여가는 빚더미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인건비 절약입니다.

[옷가게 주인 / 서울 이태원동 : 종업원 쓸 수가 없어, 월세를 못 내는데 뭔 종업원을 써요. 사람이 안 다니는데, 지금 대출해서 다 쓰고도 없는데….]

올해 1분기 자영업 형태가 많은 서비스업의 대출 잔액은 776조 원으로, 지난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반면 지난달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만 명 줄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별다른 사회안전망 없이 깊은 늪에 빠진 자영업자를 위해 특별 대책이 필요해 보이지만, 정부라고 마냥 지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재갑 / 고용노동부 장관(지난달 29일) : 신속하게 요건을 심사해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했으나 심사와 지급이 애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습니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외환위기 이후 오랫동안 쌓여 온 자영업의 취약성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만 나오고 있습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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