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큐] 체온 높으면 불합격?...방역 지침 확인해 보니

[뉴스큐] 체온 높으면 불합격?...방역 지침 확인해 보니

2020.05.26. 오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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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체온이 높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더라도, 기관 측에서 최소한 비대면 면접이라도 볼 수 있게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이 사건을 취재한 이슈팀 김대겸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사건 내용부터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11일 한 공공기관에서 진행한 채용 면접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한 취업준비생이 얼마 전 실시된 공공기관 채용 면접 과정에서 체온이 높게 나와 억울하게도 면접을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해당 내용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도 올라와 많은 누리꾼의 공분을 샀는데요.

댓글에는 "이런 경우가 또 생길까 걱정된다" "기업에서 화상면접이나 다른 날짜로 면접을 잡아줬어야 한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앵커]
열이 높게 나오니깐,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면접을 아예 보지 못했던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취재진이 글을 올린 취업 준비생을 찾아 확인했습니다.

3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8살 청년 A 씨였는데요, A 씨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A 씨 / 취업준비생 : 왼쪽 귀가 37.6이었고 오른쪽 귀가 37.9도였고 그랬는데 10분 20분 지나서도 안 떨어지니까 그냥 서약서를 가져오신 다음에 이거는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냥 다음에 시험 봐라. 이래서 그냥 나왔거든요.]

A 씨는 취재진에게 억울한 감정을 여러 차례 토로했습니다.

3년 동안 같은 직군을 계속해서 시험을 봤고, 올해 처음 면접 전형까지 올라갔는데 시험조차 보지 못하고 채용에서 떨어졌다는 겁니다.

인터뷰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취업준비생 : 시험이라는 게 직무분야를 1년에 10명도 안 뽑습니다. 지금 3년째 공부해서 겨우 필기 합격하고 면접 보려는 건데 '그냥 다음에 시험 봐라.'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억울한 마음에 A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가 진찰을 받았는데요, 코로나19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시험 전 '긴장' 때문에 체온이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면접에 떨어졌고 내년 시험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앵커]
아무래도 코로나19 전파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해당 기관이 취한 조치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기관 측에서 발열자가 나오는 것을 대비해서 뭔가 조치를 마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기자]
우선 해당 기관 측도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A 씨를 면접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기관과의 인터뷰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해당 공공기관 관계자 : (측정 결과) 온도도 38도 가까이 나오다 보니깐 저희도 다른 면접자들의 혹시나 모를 감염 위험성 때문에 면접을 진행 못 한 건 맞거든요.]

해당 기관 측은 방역 당국의 시험 관련 방역 지침에도, 체온이 37.5℃ 이상이면 면접을 볼 수 없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해당 지침을 확인했습니다.

기관 측 설명대로 37.5℃ 이상의 체온을 면접 시 특별 관리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37.5℃가 넘으면 별도 시험실에서 응시하라고 권고할 뿐, 시험을 볼 수 없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특히, 대면 면접보다는 화상 면접 같은 비대면 면접을 더 강하게 권고하고 있었는데요.

실제 해당 기관과 비슷한 기간 동안 면접 전형을 실시한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과 인천 도시공사는 발열자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 인터뷰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 : 저희는 나오진 않았지만 발열자가 나오면 별도 면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 면접장을 준비했어요.]

[앵커]
정말 억울할 만한 상황이군요.

그럼 A 씨는 꼼짝없이 내년 시험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건가요?

[기자]
우선 A 씨는 공단을 상대로 행정 취소소송을 하거나 위자료 지급 소송을 할 수는 있긴 하지만, 실익은 없습니다.

다행히 해당 공공기관에 확인해보니, '이의 신청'제도가 있었는데요.

현재 A 씨는 불합격 통보를 받은 이후 이의 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기관 측은 전형 과정에서 일부 미숙한 점이 있었던 점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A 씨의 전형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위원회를 열어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심사 결과 불합격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확인되면 A 씨에게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거라고 하는데, 앞으로 채용 과정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슈팀 김대겸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취재기자 김대겸 [kimdk1028@ytn.co.kr]
인턴기자 손민주 [keum68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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