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터뷰] "난 화날 때 저금을 해" 20대 '돈 덕후'의 짠테크 철학

[덕터뷰] "난 화날 때 저금을 해" 20대 '돈 덕후'의 짠테크 철학

2020.05.2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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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무언가의 덕후가 된다. 소소하게는 음식에 대한 취향부터 크게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덕심까지. YTN PLUS가 [덕터뷰]를 통해 세상의 모든 덕후를 소개한다. 덕터뷰 8화에서는 대학생 때부터 짠테크로 돈 모으기가 취미인 20대 '돈 덕후'를 만나봤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테크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유튜브에선 각종 증권사와 주식, 재테크 채널이 인기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짠테크'로 절약 생활을 하면서 재산을 모아온 이도 있다. 유튜브 채널에서 짠테크 비법과 각종 금융 정보를 공유하면서 '저랑 같이 돈 모아요!'를 외치는 사회초년생 박한솔 씨(26)다.

직장 생활 2년 차지만 여전히 하루 용돈 1만 원으로 살면서 "하고 싶은 걸 할 때 돈이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짠테크 철학을 들어봤다.


이하 인터뷰 전문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 채널 '티끌모아 한솔'을 운영하는 26살 박한솔입니다. 반갑습니다.

Q. 어렸을 때부터 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어머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돈을 아끼는 습관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돈에 관심도 갖게 됐고요. 대학교 들어와서는 어머니랑 떨어져 살다 보니 돈에 더 민감해졌어요. 이제 나를 지킬 사람은 저밖에 없잖아요.

Q. 현재 나이 26살, 보유하고 있는 예·적금은?

적금은 올해 7개 만기가 됐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적금은 7개, 정기 예금은 8개 있어요. 적금이 만기 될 때마다 새로운 적금을 하나씩 가입하기도 하고 매달 만기라는 이벤트가 있으면 월급처럼 행복할 거 같아서요. 의식하면서 5월에 만기가 있으면 좋겠다 하면 1년 전 5월에 들기도 해요. 적금은 1년짜리도 있고, 2년짜리도 있고, 3년짜리도 있어요. 근데 3년이 가장 행복해요. 가장 고통스럽지만 나중에 받았을 때 진짜 엄청 행복하더라고요.

Q. 월급에서 생활비와 저금하는 돈의 비율은?

유튜브를 하다 보니 수익이 들쭉날쭉하지만 어떻게든 평균은 있긴 하거든요. 회사에서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니까요. 우선 지출은 제가 숨만 쉬어도 50만 원 정도가 나가고(고정비) 나머지 생활비를 30만 원으로 잡는데, 초과할 때는 40만 원을 쓰기도 해서 한 달에 80~90만 원은 나가고요. 예전에는 한 200만 원까지 저축했었는데 요즘에는 매달 140만 원 정도 하고 있습니다.

Q. 하루에 '0원' 쓰는 날도 있다고?

친구들 만나면 예상치 못하게 지출이 많이 나갈 때도 있고 술 한잔하는 친구들 만나면 정말 술값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제 하루 용돈이 만 원이거든요. 그럴 때 대비 차원에서 친구들과 술 먹어서 한 5만 원을 썼으면, 그러면 나머지 4일을 '노 머니 데이(No money day)'로 갖는 거죠. 그러다가 또 진짜 피치 못하게 써야 한다면 또 쓰고 또 다음 날까지 '0원 쓰기'를 연장해요. '어떻게든 한 달 용돈 30만 원 안에서는 끝낸다' 이런 느낌으로요.

Q. 특별히 아껴 쓰는 부분이 있다면?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텐데 저는 매일 커피가 먹고 싶어요. 매일 바닐라 라테를 먹고 싶은데 거의 사 먹는 날이 없어요. 매일 먹고 싶지만 커피값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커피는 몸에 안 좋다', '내 건강 챙기기 위해서 먹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또 잠이 올 때 커피가 먹고 싶으면 생수를 한 잔 들이켜면 거의 다 깨요. 그런 식으로 커피를 거의 안 사 먹고 있어요. 그리고 진짜 이날 커피가 없으면 안 되는 날인데 참았다 하면 커피값만큼인 5천 원씩 저금하고.

Q. 화가 날 때마다 적금 통장에 돈을 넣는다?

예전에 유행했던 게 '18 적금'이라고 욕 같잖아요.(웃음) 1,818원씩, 181,818원씩 저금하는 건데 그런 게 유행했어요. 저는 예전에 카페 아르바이트 하면서 진상 손님 올 때마다 3만 원씩, 5만 원씩 '내가 진짜 이러려고' 하면서 저금했어요. 10만 원 넣을 때도 있고요. (더 많이 화나면 10만 원으로 올라가나요?) 그렇죠. 너무 화날 때 '알바 그만둔다' 이런 생각으로 다른 알바 구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거죠 돈으로. 나중에 화가 났을 때 모아 놓은 돈을 보면 '오 진짜 많이 화가 났구나', '진짜 그만두고 싶었구나' 이런 느낌이 나는 거 같아요.

Q. 이렇게 절약하다가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있을 것 같은데?

돈을 모아 놓은 걸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게 모였을 때 조금 슬럼프가 와요. 나는 진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에 못 미치는 금액을 모았을 때. 그러면 그때도 그런 (우울한) 생각을 빨리 떨쳐 버리고 계속 또 모으는 거 같아요. 나중에 언젠가 보면 꽤 큰 금액이 모여있고 그걸로 보상받는 거 같아요.

Q. 이렇게 돈을 열심히 모으는 이유?

사실 제가 돈을 모으게 된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돈이 제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어서예요. 내가 이 알바를 하다가도 저 일을 하고 싶으면 이 알바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해야 되잖아요. 구할 때까지 생활비가 필요했던 거예요. 그럴 때 내가 모아둔 걸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거 같아요. 돈 때문에 회사에 묶여있다거나, 어딘가에 메여있다거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비상금을 만들어두면 정말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또 힘든 일이 있을 때 지지해주는 친구가 하나 있다는 느낌이 들죠.

Q. 체크카드도 혜택에 따라 바꾸면서 사용한다고?

지금은 아르바이트하던 대학생 때보다는 생활이 정착되어 있다고 해야 될까. 직장을 다니다 보니 어디에 쓰는지 비슷비슷하거든요. 그래서 하나의 체크카드에 정착했어요. 그전까지는 이 알바를 할 때는 이런 소비패턴이 있었고,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알바를 할 때는 또 대중교통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체크카드를 고르고 그랬던 거 같아요. 요즘에는 교통비, 통신사, 앱(앱스토어, 구글플레이스토어) 가격 할인해주는 카드 쓰고 있어요.

Q. 직장생활 2년 차, 아직 신용카드를 안 쓰는 이유?

신용카드는 얼마를 썼는지만 알려주지, 얼마가 남았는지는 안 알려줘요. 체크카드는 '너 통장에 잔액 이만큼 있다, 아껴라' 알려주는데 신용카드는 아직은 안 쓰고 있어요.

Q. 신용카드 안 쓰면 연말정산에서 손해 보는 거 아닌지?

수입의 25%를 채워야 그 이후 분에 대해서 소득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25%까지는 신용카드를 쓰자고 많이 해요. 왜냐하면 신용카드는 혜택이 체크카드보다 훨씬 좋으니까 (25% 초과분에 대해서는 체크카드, 현금 사용 시 공제율이 높음). 그러면 25%를 신용카드로 어떻게든 신용카드로 쓸 텐데, 제 기준에서는 25%를 계산하기도 벅차고, 신용카드를 안 씀으로써 아끼는 비용이 연말정산 혜택보다 더 클 거라고 생각을 해요.

Q. 금융 교육을 따로 받았는지?

저도 초·중·고 다니면서 금융 교육을 받았다, 진짜 내 생활에 필요할 정도의 교육을 받았다 하는 건 없거든요. 거의 부모님 통해서 배우거나 유튜브를 찾아서 얻는 정도인데, 돈은 우리 실생활에 와닿아 있는 건데 교육이 없다 보니까 정말 필요할 것 같아요. 제가 대학교 때 '실용 금융'이라는 강의를 들었는데 그 강의조차도 실용적이지 않았어요. 이론 위주로 많이 가르쳐주시고 사실 이론이 중요한 건 맞는데 흥미롭게 다루기 위해서는 진짜 생활에 맞닿아 있는 것부터 가르쳐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금융 지식을 얻는 방법?

'금융상품 한눈에' 사이트를 검색하시면 정기예금, 적금 이자 어디가 제일 높은지 다 알려주거든요. 주로 거기서 가장 많이 보고 있어요. 또 네이버 금융 뉴스에 들어가면 은행들이 좋은 카드나 적금, 예금 특판 상품들이 나올 때마다 홍보하니까 기사가 떠요. 그런 기사 잘 확인하고 있어요. 또 월요일마다 '스타트업 위클리'라는 뉴스레터가 있는데 그걸 요즘에는 정말 기다리면서까지 봐요. 요즘 카카오뱅크가 어떤 상황이고 케이뱅크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회사가 어디에 투자를 했는지도 볼 수 있어요. 팟캐스트 '듣똑라'와 '손에 잡히는 경제' 듣고 있어요. 운동이나 출퇴근할 때 듣고 있어요.

Q. 이렇게 돈을 아끼고 공부하는 걸 보는 주변 반응은?

처음에는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걸 거의 아무한테도 말을 안 했어요. 이게 돈 얘기다 보니까 제가 이렇게 아끼는 걸 알면 친구들이 저를 만날 때 '저렴한 데 가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할 거 같아서 처음에는 안 알리다가 제 영상이 뜨면서 친구들이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친구들이 '한솔아 너 진짜 대단하다', '너 그렇게 하고 있었구나' 이런 식으로 많이 얘기해 준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저 혼자 이렇게 사니까 모두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모두 다 아끼고 다 내 집 마련을 하고 싶고 이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친구들이 저를 너무 대단하게 봐줘서 '아니 이게 대단한 거야?' 싶었죠.

Q. 모두가 짠테크만 하면 나라 경제가 어려워진다?

저는 짠테크로 돈을 모으는 분은 어떻게든 크게 한방 쓰시거든요. 왜냐하면 우리가 모으는 이유는 쓰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요. 나무만 보면 왜 이렇게 아끼냐 하겠지만, 숲을 보면 이 사람들이 더 큰 소비를 하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거 같습니다.

Q. 돈을 모으는 궁극적인 목표는?

가장 큰 목표는 내 집 마련이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단계별로 서른 살 전에 1억을 모으고 서른여섯 살 전에 2억을 모으는 걸 일단 목표로 잡아두고 있어요. 사실 진짜 제일 큰 목표는 사실 매일매일 행복하게 사는 게 제 목표예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Q. 긴급재난지원금 어디에 쓰실 건가요?

일단 미용실을 가서 머리 좀 잘라야 되고요. 남으면 아마 다 기부할 것 같아요.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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