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전체가 문제는 아니잖아요"...'낙인 효과'로 울상

"이태원 전체가 문제는 아니잖아요"...'낙인 효과'로 울상

2020.05.23. 오전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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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발 확진 이후 이태원 찾는 발길 뜸해져
식당 업주들, 인건비 줄이려 영업일 축소하기도
"이태원 전체가 감염 온상으로 인식…상권 전체 타격"
정부·지자체 '이태원 클럽 감염' 표현…"낙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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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클럽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보름이 넘은 지금, 이태원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울상입니다.

이태원 자체가 감염의 온상처럼 여겨지는 것이 억울하다며 '이태원 발 감염'이라는 표현부터 바꿔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희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밤 10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불 꺼진 주점과 식당 앞으로 도로가 텅 비었습니다.

가로등도 없어 으슥하기까지 합니다.

[용산구청 관계자 : 손님이 없으셔서 빨리들 소등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거든요.]

이곳에 있는 클럽들을 다녀간 손님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소식이 퍼진 이후 발길이 끊기다시피 한 겁니다.

주말 기준 이태원역을 이용하는 승객 수는 최근 3주 사이 3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식당들이 모여있는 이태원의 한 거리입니다.

사람이 한창 많을 점심시간인데 이곳은 썰렁합니다.

클럽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매출이 80% 가까이 줄었다는 한 식당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일요일 영업을 중단했고,

[장영수 / 이태원 한식당 사장 : 금요일 토요일이 매출이 급감하다 보니까 일요일 같은 경우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았다는 다른 음식점은 외신에 '이태원 감염'과 함께 식당 사진이 보도되면서 큰 피해를 봤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태원 클럽 감염'이란 말이 계속해서 오르내리면서 이태원 전체가 감염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오시난 / 이태원 터키음식점 사장 : 기사에 우리 가게가 나와요. 지금 이 가게가 독일 뉴스에 '이태원 사태', '클럽 사태'로 우리 매장이 나온 거에요.]

방역 당국과 서울시 등은 확진자의 감염원을 분류하거나 브리핑할 때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명이 들어가면서 지역 상권 전체가 한 데 묶여 감염원으로 인식되는 '낙인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염과 관련한 지역을 언급할 때 이런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재룡 /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이태원이란 곳도 넓은 지역이고 거기에는 다양한 업종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일반 사람들한테 이태원은 굉장히 안 좋은 곳이구나 위험한 곳이구나 하는 낙인 찍는 효과가 나타나죠.]

앞서 신천지 교회 발 감염이 퍼졌던 대구시가 '대구 폐렴' 또는 '대구 코로나'라는 말을 쓰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애꿎은 피해가 더 늘지 않도록 명칭 하나에도 더욱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YTN 박희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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