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코로나19 우려에도 SNS 유명 맛집에 줄 서는 사람들

[반나절] 코로나19 우려에도 SNS 유명 맛집에 줄 서는 사람들

2020.05.16. 오전 08: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반나절] 코로나19 우려에도 SNS 유명 맛집에 줄 서는 사람들
▲사진 = 식당 앞 대기하는 사람들
AD
YTN PLUS가 기획한 '반나절' 시리즈는 우리 삶을 둘러싼 공간에서 반나절을 머물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이번 반나절 시리즈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SNS 유명 맛집을 찾는 사람들, 식당 및 카페들의 대처 방법 등을 살펴봤습니다.

[반나절] 코로나19 우려에도 SNS 유명 맛집에 줄 서는 사람들

이태원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이 홍대 주점까지 번지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 대구 등 전국 12개 시·도가 클럽과 같은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유흥시설은 클럽이 포함되는 유흥주점과 술과 음악을 함께하는 방식의 감성 주점, 콜라텍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예방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다. 바로 TV에 나오거나 SNS 통해 입소문을 탄 유명 맛집이다.

■ 타인과의 거리 두기 없는 식당 앞 대기줄

지난 13일 유명 맛집으로 알려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한 식당을 찾았다. 평소 대기 시간이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이 걸릴 만큼 인기가 높다고 알려진 식당이다. 식당이 문을 열기 전이었지만, 이날도 평일 낮 시간대가 무색하게도 많은 사람이 모여 대기 명단을 적기 위해 줄을 섰다.

이태원 클럽과 홍대 주점 등 계속해서 서울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었지만, 놀랍게도 대기 줄 행렬에 속한 일부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더불어 대기줄에는 타인과의 거리 두기도 없었다. 식당 앞 공간이 넓지 않고 인도이기 때문에 좁은 길에 촘촘히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식당 차원에서 대기줄을 두고 거리 두기 안내를 한다거나 관련 사항을 알리는 안내문도 찾지도 못했다. 클럽 앞 긴 대기줄은 비판받지만, 식당 앞 대기줄은 방치되고 있었다.


■ 식당 대기 공간에서 마스크 벗고 셀카·대화

식당 오픈을 30분 앞둔 시간, 32팀이 대기 명단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순번까지 2시간 이상 걸리는 손님들은 명단 작성과 동시에 자리를 떠났지만, 오픈과 동시에 입장해야 하는 손님들은 대기 공간에서 순번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 커플 손님이 대기 의자에 앉는 동시에 마스크를 벗고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이 커플 손님의 사진 촬영은 입장 전까지 계속됐다. 또 일행이 아직 오지 않은 손님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대기 손님들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대화를 나눴다.

가게 앞 안내문에는 모든 직원과 고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했지만 대기 중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 홍대 주점 확진자 나왔지만...근처 식당 곳곳 만석

이날(13일) 오후 서울 홍대 주점 관련 두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전날 홍대 주점 확진자의 일행이었다. 이후 홍대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신 일행 6명 중 5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홍대 주점 관련 확진 판정 당일에도 해당 주점 이름이 공개되지 않아 방역을 위해 2시간쯤 폐쇄한 뒤 바로 영업을 재개한 상태였고, 근처 연남동도 SNS 맛집·카페를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텅텅 빈 식당들도 있었지만, SNS상에서 유명한 맛집들은 대기줄 행렬을 이뤘다.

한두 테이블 겨우 채운 식당들 사이에서 당당히 대기줄과 대기 명단을 작성하는 가게 직원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묻자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40분 정도 소요될 것 같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명단을 작성하기 위해 가게에 들어온 한 손님은 "주말에 비하면 대기가 없는 편"이라고 좋아했다. 연휴나 주말에 비해서는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거리 분위기가 경직됐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 대기 예약 기계를 설치한 곳도 있었지만...펜으로 수기 작성이 대부분

수기 작성 대신 대기 예약 기계가 설치된 가게는 도착하는 손님이 직접 자신의 번호를 기입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로 입장 순서를 전달받는 시스템이었다. 즉, 대기줄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대기 명단을 펜으로 수기 작성하는 곳은 가게 밖에 대기 명단이 있어 오는 손님이 직접 수기로 명단을 작성해야 했는데, 모든 사람이 하나의 펜을 공유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가게 직원에게 말하면 직원이 직접 대기 명단을 적는 곳도 있었으나, 수기로 작성하는 곳 대부분이 손님이 직접 대기 명단을 작성하고 하나의 펜을 공유 중이었다. 더불어 수기 작성은 대기 순서가 왔을 때 현장에 있지 않으면 입장을 할 수 없는 규칙을 가진 가게가 대부분이어서 대기줄도 존재했다.

지난 6일부터 시행된 생활 속 거리 두기 수칙은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실내 다중이용시설' 및 '2m 거리 두기가 어려운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필수) ▲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 ▲매일 두 번 이상 환기, 주기적 소독 등이다.

일부 SNS 유명 식당들의 대기줄 간격을 관리하지 않는 부분은 생활 속 거리 두기 수칙에 어긋난다. 더불어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마스크 미착용, 대기 중에 벗기 등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식당이나 카페는 같은 일반음식점이라도 해도 '헌팅포차'처럼 불특정 다수와 밀접접촉이 이뤄지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이뤄지고 있는 시기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유명 맛집 순례는 다음 번으로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꼭 방문해야되는 상황이라면 앞서 말한 대기줄에서 타인과의 거리 두기, 대기 중 마스크 벗지 않기 등 방역수칙을 실천해 서로를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식당들도 대기줄을 방치하지 않고, 대기 손님 간의 거리를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쇼' 사태가 우려되긴 하지만 당분간만이라도 예약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 발생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서로를 향한 배려가 있어야 빠른 시일 내에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