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유가족 사찰·여론 조작"...사참위가 공개한 증거

"국정원, 유가족 사찰·여론 조작"...사참위가 공개한 증거

2020.04.27. 오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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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정보원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공개됐습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국정원 직원이 유가족이 입원할 병원을 미리 찾아가 동향을 파악하는 장면이 찍힌 CCTV 등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먼저 김우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4년 8월 20일.

한 달 넘게 단식 농성을 하던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는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같은 날, 김영오 씨 주치의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찍힌 CCTV 화면입니다.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병원장과 병원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국정원 직원입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건강 상태가 악화한 김 씨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곧바로 국정원 내부에는 병원장 입을 빌려 김 씨 생명에 지장 없을 거라는 보고가 올라옵니다.

이후 국정원은 김 씨가 이혼 후 자녀들을 외면했었다는 등 신상 관련 내용이 SNS에 퍼졌다는 부분까지 일일이 보고했습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CCTV 영상과 보고서, 직원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불법 사찰한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황필규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 특조위는 국정원의 문제 그 첫 번째 주제로 세월호 피해 가족들과 그 주변 개인 또는 단체들에 대한 사찰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여론조작과 관련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국정원에서 제출받은 세월호 관련 보고서 215건 가운데, 48건이 유가족 동향을 파악한 문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서에는 강경, 온건 등 유가족들의 정치 성향 등을 분류한 내용부터 여성들이 구조 현장에서 속옷을 빨아 입을 수 없어 불편을 호소한다는 구체적 상황까지 담겨 있습니다.

명백한 민간인 사찰이자 직권 남용이라고 본 겁니다.

이런 사찰 보고서는 당시 청와대에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지난 2017년 6월에 출범했던 국정원 개혁 태스크포스는 세월호 관련 인물 사찰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2년 10개월이 흘러 사회적 참사 위원회는 같은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르게 결론 내렸습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앵커]
이뿐 아니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 추모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여론 조작까지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아픔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영상을 국정원 자체 예산으로 제작해 극우 성향 사이트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정현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4년 5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로 시작해 슬픔을 딛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고 호소하며 끝납니다.

두 달 뒤 올라온 또 다른 영상에서도 아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합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두 게시물 모두 국정원이 직접 예산을 들여 제작 배포한 영상물로 확인됐습니다.

이 영상은 일간베스트 등 보수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는데, 당시 국정원은 영상 조회 수가 만 건이 넘었다며, 긍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자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황필규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 확산 계획에서 앞으로 유력 건전 사이트 일베라든지 독립신문이라든지 이런데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겠다는 계획을 국정원 자체적으로 문서에 언급하고 있고.]

위원회는 국정원이 2014년에만 세월호 참사 관련 여론 조작 계획에 대한 보고서를 모두 9건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서에는 보수 언론과 극우사이트를 이른바 건전세력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중심으로 침체한 사회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유가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해 일상 복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은 참사가 발생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았을 때, 잊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던 걸 떠올리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장훈 /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우리 아이들을 모욕하고, 가족들을 폄훼하기 위해서 사찰하고, 그 내용을 일베 사이트에 돌리고, 과연 이게 국가가 할 짓입니까?]

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가 국정원이 임의 제출한 자료들만 바탕으로 한 거라 여론 조작과 민간인 사찰 내용이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전체 자료를 제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국정원 직원 5명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YTN 정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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