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발신지 추적했더니...정부 등록 통신업체

보이스피싱 발신지 추적했더니...정부 등록 통신업체

2020.04.24. 오전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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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도 국내 번호 그대로 사용" 서비스 제공
"범죄악용 소지 감지…의심 유심 신고 없이 폐기"
두 차례 압수수색, 장비 수거…13일부터 영업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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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 일당에 당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 사연, 전해드렸는데요.

경찰이 전화 발신지를 추적해 보니 정부에 등록된 통신업체였습니다.

범죄에 악용된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건지 안윤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 일당이 대한상공회의소 직원에게 건 전화번호입니다.

그리고 같은 수법에 당한 또 한 명, 국민청원 글로 사연이 알려진 20대 취업준비생이 받았던 전화입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두 번호, 하지만 모두 같은 곳에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경찰이 찾아낸 발신지는 서울에 있는 한 통신업체.

외국에 나가서도 국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무제한 통화도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정식 통신사업자인데, 어떻게 보이스 피싱에 악용된 것일까?

고객이 출국 전 유심칩을 맡기면 국내 송수신이 가능한 중계기에 장착하게 되는데, 외국에서 쓸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작동시키면, 국내 유심칩과 연결돼 로밍 효과를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보이스 피싱 일당이 이 업체에 대포 유심칩을 대량으로 맡겨 범죄 통로로 삼은 겁니다.

중국 등 외국에서 010 번호로 마음껏 국내 피해자들에 접근했습니다.

국내 통신업체가 보이스 피싱 일당의 불법 중계기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이 진 / 트루네트웍스 연구소장 : 원격으로 접속하고 유심에 저장된 010, 대포 번호겠죠? 그 번호로 변조해서, 한국 내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통화하게 됩니다.]

업체 측은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기 전, 보이스 피싱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고객이 찾아가지 않아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심칩 수백 개를 별다른 신고 없이 폐기하고 서비스를 계속해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이 업체를 두 차례 압수 수색해 관련 장비를 수거 했고, 업체는 지난 13일부터 영업이 중지됐습니다.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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