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잡아 온 사기범, 눈앞에서 놓친 경찰

피해자가 잡아 온 사기범, 눈앞에서 놓친 경찰

2020.04.24. 오전 05:2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가이드 A 씨에게 사기당한 부부…4천백만 원 피해
피해자 최소 4명…피해액 1억 원 달해
경찰, 조사 전 A 씨 풀어줘…소환 전 필리핀 도주
AD
[앵커]
여행객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여행 가이드가 경찰에 붙잡혔다가 필리핀으로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외국에서 붙잡아 경찰 앞에 끌고 왔는데 경찰은 출국금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김다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4년 전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온 김지훈 씨 부부는 현지 한국인 가이드 A 씨와 친밀해졌습니다.

지난 2018년 렌터카 살 돈을 보내주면 매달 이용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마침 아이를 유학 보낼 생각도 있던 터라, 현지 생활비로 쓸 수 있겠다 싶어 4천백만 원을 보냈습니다.

[김지훈(가명) / 피해자 : 자기가 운영하는 여행사에 차를 구매해서 지입해라. 매달 이용료를 150∼200만 원씩 보내주겠다고….]

그러나 입금은 단 한 차례도 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 부부만 피해를 본 게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수법으로 당한 사람이 최소 4명, 피해액은 1억 원에 가깝습니다.

피의자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자 김지훈 씨는 말레이시아에 직접 건너가 회유 끝에 A 씨를 지난달 2일 한국에 데려왔습니다.

수년 전 다른 사기 사건으로도 고소당했던 가이드 A 씨는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조사하려던 경찰은 코를 다쳐 수술받아야 한다는 A 씨 말에 거주지가 확실하다고 보고 일단 풀어줬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소환 조사 이틀 전, 필리핀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이영은(가명) / 피해자 아내 :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26만 원 정도 저희가 저희 사비로 비행기 표까지 사서 데려왔어요.]

[김지훈(가명) / 피해자 : 그 범죄자가 확실한 연락처와 주거지가 있다고 다시 내보냅니까?]

이에 대해 경찰은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피의자를 풀어준 것이고, 사기 사건은 통상적으로 출국금지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피고소인에 대해 다 그렇게 (출국금지) 하는 게 아니거든요. 사전에 인도받아 조사하고 검사 지휘를 받았는데 구속 사안이 안돼 석방했어요.]

하지만 사안이 경미하더라도 관련 전과가 있었다면 강제 수사를 검토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사기 사건은) 적극적인 출국금지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다만 체포 영장이 발부된 이후에는 도주 가능성에 대해서 조금 더 꼼꼼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피해자가 데려온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눈앞에서 놓쳐버린 셈인데, 경찰은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A 씨의 여권을 무효화 하고 행적을 좇고 있습니다.

YTN 김다연[kimdy0818@ytn.co.kr]입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