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유가 폭락에도 주유소 기름값은 '찔끔'...왜?

[앵커리포트] 유가 폭락에도 주유소 기름값은 '찔끔'...왜?

2020.04.21.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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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졌습니다.

기름 수요는 없고 보관 시설은 한계에 달하다 보니, 오히려 웃돈을 주고 파는 상황이 온 겁니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윳값, 그렇게까지 큰 변화는 없습니다, 이유 짚어봅니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서부텍사스산 원유, WTI라고 하죠.

두바이유, 브렌트유까지 세계 3대 원유로 꼽히는데, 물론 우리는 대부분 두바이유를 들여옵니다.

2018년 기준 73.5%입니다.

다만 두바이유도 많이 내렸습니다.

1배럴이 159리터 정도인데 21달러, 연초 대비 3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원유별 가격 차이의 이유, 현물과 선물 거래의 차이를 봐야 합니다.

두바이유는 현물 거래, 쉽게 말해 시장에서 직접 석유를 주고 돈을 받는 방식입니다, 중동 국영 석유회사와 우리 정유사가 장기 거래 계약을 맺는 거죠.

반면 WTI는 선물 거래가 일반적입니다.

미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거래하자고 약속하는 건데 그만큼 석유의 미래 가치도 가격에 더 빠르게 반영됩니다.

이번에 마이너스까지 WTI 가격이 폭락한 것도 암울한 업황 전망에 선물 만기일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많이 내렸는데 주유소 기름값 하락은 '찔끔'인 이유, 가격이 반영되는 시차도 영향이 있지만

더 큰 건 애초 기름값에 원유가격의 비중이 작기 때문입니다.

일단 세금, 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 740원이 넘고 여기에 원유를 가공해서 얻는 비용과 마진, 운송·유통 비용, 주유소 운영비와 이윤 등이 더해지죠.

여기에 10% 부가세도 있습니다.

아무리 원유가가 낮아져도 700원대 기름값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 논리대로라면 원유 가격이 오를 때도 기름값은 아주 조금씩, 그리고 느리게 올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 2016년 12월을 보면, 12월 1일 석유수출국기구가 석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바로 다음 날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상승 전환했습니다, 시차 없이 말이죠.

당시 실제로 12월 첫주 기름값에 영향을 주는 2주에서 3주 전 국제 유가는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11월 각 정유회사의 주유소 공급가도 첫주에서 마지막 주 사이 23원이나 내렸음에도 석유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하루 만에 각 주유소에 도달한 겁니다.

실제 원유 가격이나 공급가가 내렸지만, 슬그머니 이윤을 높여 가격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오피넷 통계를 보면 올 초부터 석 달 사이 전국 주유소는 32개 줄었습니다, 그만큼 영업이 어렵다는 뜻이겠죠.

그럼에도 업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 생각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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