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학교 수업?"...무색해진 온라인 개학

"학원에서 학교 수업?"...무색해진 온라인 개학

2020.04.10. 오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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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한 고3 학생들, 대형 학원에 등원
강의실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원격 수업 들어
학원 "원격 수업 관리·감독 프로그램 운영"
"운영난에 학생 모집 필요…학부모가 요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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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내린 결정이었는데요.

그런데 집이 아니라 학원 곳곳에 집단으로 모여 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우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전 8시가 가까운 시각.

대형 보습학원으로 가방을 멘 학생들이 줄지어 들어갑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 (고3이세요?) 네네. (2주 동안에 (학원에서 개학) 관리해주는 거 있던데) 네 그거 들으러 왔어요.]

학교 수업을 들으러 학원에 왔다는 겁니다.

학원 강의실 안,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힌 칠판 앞에 노트북을 펼친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원격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제 뒤에 있는 학원에서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들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만 최소 40명이 넘었습니다.

또 다른 학원에는 아예 고3 관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원격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자습실을 제공해줍니다.

[학원 관계자 : 학원 자체적으로 하는 그런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자습반 들어오시면 담임선생님 다 배정이 돼요.]

온라인 개학과 함께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학원들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혼자 공부하려면 집중력이 떨어질 테니 학교 정규 시간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해준다는 취지입니다.

학원 측은 운영난 탓에 이렇게라도 학생들을 모집해야 한다면서 학부모들이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학원 관계자 : 이것저것 서비스 제공하는 차원에서 학부모님 요구도 있었고, 그래서 관리를 해주는 차원에서 계획했던 거죠.]

학부모들은 의견이 엇갈립니다.

[고3 학부모 : 맞벌이하는 엄마들 입장에서는 사실 아이 관리가 안 되고 아이들은 어제 잠깐 하는 걸 보니까 남자애들은 게임을 열면서 같이 연기를 하는 거죠. 그래도 학교에선 모르잖아요.]

[강영화 / 고3 학부모 : 안전문제에서 집안에서 온라인 강의 시청하는 게 원칙인데 그렇게 학원으로 가는 것 자체는 그런 것들이 무너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학원 운영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온라인 개학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법에 어긋납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등록 외 교습과정'에 해당해 엄연한 학원법 위반이라면서 바로 단속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 : 교육부에서도 관련 공문이 내려왔고, 저희도 그걸 각 교육지원청에 공문을 전달했고요. 민원이 들어오면 가서 조사하고, 사실을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일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학원과 교습소 12만 6천6백여 곳 가운데 휴원한 학원은 32% 정도입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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