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경북에서 봉사했다고..."면접 오지 마"

단독 대구·경북에서 봉사했다고..."면접 오지 마"

2020.03.13. 오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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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특별관리지역인 대구·경북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료봉사자 수백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런 의료인들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확진자가 많은 경북 안동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채용 면접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다 그만둔 박소영(가명) 간호사는 지난 4일부터 경북 안동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던 중 대구·경북 지역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전해 듣고 자원한 겁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일하다 보면 금세 녹초가 되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감염병을 이겨내는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박소영(가명) / 안동의료원 자원 간호사 : 코로나에 대한 무서운 마음도 있지만, 안동 사람들이 정말 정이 많고 따뜻하더라고요. 저희가 다 영차영차 하는 분위기여서 (힘이 납니다.)]

이렇게 식사도, 숙소도 변변치 않은 곳에서 사명감 하나로 일하던 박 간호사에게 허탈한 소식이 들려온 건 지난 6일.

안동에 가기 전 지원했던 이대서울병원의 경력 간호사 채용에 1차 합격했는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를 돌봤다는 이유로 탈락 통보를 받은 겁니다.

애초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방문한 적이 있으면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말이 달라졌습니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 (당시 통화 내용) : 안동의료원에서 확진자 수가 매일 늘고 있고, 134명, 확진자도 많아서 아무래도 면접은 좀 어려울 것 같아서 다음 기회에 공고가 나면 그때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부는 의료봉사자들이 파견 뒤 안전한 환경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예우하겠다고 했지만, 병원의 이런 태도는 진료를 자원한 의료인들에게 상처를 남겼습니다.

[박소영(가명) / 안동의료원 자원 간호사 : 정말 황당했죠. 종일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다른 의료봉사자들도) 다들 이해를 못 하셨죠.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병원은 뒤늦게야 오해가 있었다며, 아직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난 건 아닌 만큼 원하면 지금이라도 화상 면접을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 : 안동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직접 면접을 보려면 2주간 자가격리가 필요하고 그런 요건이 있어서….]

하지만 병원의 설명과 달리,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환자들을 진료하면 의심 증상이 없는 한 자가격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보건 당국의 지침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감염병과 싸우는 의료봉사자에게 격려는커녕, 일할 기회마저 빼앗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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