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스크 대란 틈타 '불량 필터' 기승..."차단율 18%짜리도"

단독 마스크 대란 틈타 '불량 필터' 기승..."차단율 18%짜리도"

2020.03.12. 오전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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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스크 대란 속에 필터가 부족해 가동을 멈추는 공장이 늘자 정부가 긴급 조치로 마스크 인허가 규제를 완화했는데요.

이런 상황을 악용해 불량 필터를 납품하는 중개상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오염물질 차단율이 94%라는 필터를 검사해봤더니 10%대에 불과한 제품까지 있었습니다.

박희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이달 초 가동을 멈춘 마스크 공장입니다.

필터가 부족해 열흘 넘게 조업을 못 했는데, 그 사이 무려 50명이 넘는 필터 중개상이 연락해왔습니다.

필터를 구해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 : 처음 보는 필터 중개상들이 와서 요구하는 게, KF94 필터다 해서…. 대기업 업체 필터랑은 조금 달라요.]

중개상 열 군데에서 필터 샘플을 받아 자체 시험을 해봤더니 절반이 불량이었습니다.

KF94 마스크용이라 오염 물질을 94% 이상 걸러내야 하는데, 평균 50% 수준.

심지어 차단율이 18%에 불과한 필터도 있었습니다.

겉으로 볼 때 크게 차이가 없는 이 두 필터를 시험용 기계로 직접 검사해봤습니다.

이렇게 정상적인 필터는 오염물질 차단율이 99% 정도지만, 낮은 건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역시 필터 때문에 생산을 멈춘 또 다른 마스크 공장도 중개상에게서 수없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필터 성능을 먼저 검사해보겠다고 하면 대부분 연락을 끊어 버렸습니다.

[김재청 /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 : 검사 결과가 사전에 제공해준 성적서 수치하고 일치하면 사용하겠다(고 제시합니다.) 그다음에는 열이면 아홉은 더 접근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필터 대란'이 일어나면서 최근 이런 거래를 제안하는 중개상들이 부쩍 많아졌는데, 태반이 불량이라는 게 마스크 업체들 이야깁니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 140여 곳 가운데 필터 시험 장비가 있는 업체는 절반가량.

자체 장비가 없는 영세업체들은 납품받아도 바로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마스크 공인 시험기관 관계자 : 접수에서 나가는 것까지 일주일 아니면, 품질검사는 이틀이면 가능합니다. 하루는 안 되고….]

사정이 이런데 필터 제조부터 유통까지 관리하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개상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개상은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란 입장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 판매업자들이 거래하는 물건에서는 함량 미달의 제품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관리하는 판매량, 재고량, 생산량에 불법적인 것까지 들어와 있진 않다는 말씀이에요.]

경찰과 검찰의 수사도 신고가 들어와야 조사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성능이 엉망인 필터가 거래되고 있지만, 시중에 불량 마스크가 얼마나 유통됐는지는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YTN 박희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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