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터뷰] '노래방 18번이 얼쑤~' 22살 트로트 덕후를 만났다

[덕터뷰] '노래방 18번이 얼쑤~' 22살 트로트 덕후를 만났다

2020.02.22.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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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무언가의 덕후가 된다. 소소하게는 음식에 대한 취향부터 크게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덕심까지. YTN PLUS가 [덕터뷰]를 통해 세상의 모든 덕후를 소개한다. 덕터뷰 2화에서는 아이돌 팬인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트로트를 고수하고 있는 20대 젊은 트로트 팬을 만나봤다.

유튜브에서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 노래방 반주 영상을 검색하면 한 영상의 조회 수만 460만에 달한다. 원곡도 아닌 반주가 그만큼 인기를 끄는 건 방방곡곡에서 트로트를 직접 부르고 즐기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영원히 중장년층의 전유물일 줄 알았던 트로트를 이제는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가져온 트로트 열풍 가운데에는 10대, 20대 참가자들의 활약이 있다.

13살 초등학생 정동원은 '보릿고개'를 진심으로 열창해 원곡자 진성을 울렸고,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에는 25살 출연자 이찬원을 응원하는 전광판이 걸리기도 하는 등 '미스트롯' 출연자들이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1991년생 임영웅의 '미스터트롯' 방송분도 유튜브 조회 수가 420만에 달한다.

이렇게 젊어진 트로트의 변화를 지켜보며 팬심을 더 키워가는 이들이 있다. 단순히 트로트를 듣는 것을 넘어 부르는 것까지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를 듣는 친구들 사이에서 트로트를 고집하는 '트로트 덕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로트 덕후 허성미(22) 씨 인터뷰

Q.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네 저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힙합도 아니고, 발라드도 아니고 트로트를 부릅니다. 노래방 18번은 '윙크'의 '얼쑤', 가장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는 장윤정, 홍진영, 윙크.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도 나갔습니다.

Q. 노래방에서 트로트 부르면 주변 반응은 어떤지?

일단 선곡부터... 노래방에선 제목 먼저 뜨잖아요. 그럼 '이거 누구야' 하는 사람이 있고 저를 잘 아는 사람은 '아 허성미다, 허성미 차례다'라고 해요. 그래도 자주 같이 노는 친구들은 호응 잘 해줘요.(웃음)

Q. 주변에 트로트 좋아하는 다른 친구들은 없는지?

참 이게 아쉬워요. 진짜 (친구가) 있으면 같이 부르고 영상도 찍고 할 텐데 저만큼 좋아하는 친구들은 아직 못 본 거 같아요.

Q. 트로트 덕질하는 방법?

일단 트로트 음원 차트를 제가 주기적으로 봐요. 어떤 트로트 신곡이 또 나왔고 아니면 요즘 어떤 트로트가 뜨고 있는지 트로트 분석을 하고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소통을 하려고 가요나 힙합도 다 듣긴 해요.

Q. 트로트에 빠지게 된 계기?

어렸을 적부터 트로트에 대해 트로트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부모님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공연을 많이 시키셨어요. 6~7살 때부터 부모님이 "성미야~ '어머나' 좀 불러드려" 하면 가서 불러드렸는데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트로트를 재미 삼아 부르고 있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봉사활동, 재능기부로 요양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공연도 해드리면서 그때부터 '트로트가 좀 잘 불러지는데?'라고 혼자 생각하게 됐던 거 같아요. 그 뒤로 학교 축제도 나가면서 트로트를 계속 부르고 있어요.

Q. 트로트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봤다?

트로트 학원을 수강하는 거? 트로트를 좀 잘하고 싶어서 학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배우고 있어요. (가수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네 가수는 아니죠.(웃음) 다닌 지 3~4달 정도 됐어요.

Q. 트로트를 배우러 노래 학원에 갔을 때 어땠나?

일단 원장님께서도 굉장히 놀라셨어요. 트로트 수업은 수강생들이 대부분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더라고요.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보통 회식하실 때 트로트를 많이 부르시니까 연습하러 오시는 분들이 되게 많았았어요. 수업이 1:1로 진행되긴 하지만 젊은 수강생이 없어서 오히려 학원에서는 저를 좋아하시더라고요. 젊은 친구가 트로트 배우러 와서 원장님이 너무 기쁘시다고 하셨어요.

Q. '전국노래자랑'도 나갔다고?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특집 편에 나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또 나가고 싶어요. 상을 못 타가지고. 그날 첫 번째 순서였는데 송해 선생님과 MC분이 처음이니까 호응을 잘 해달라고 하셔서 관객분들이 호응을 진짜 잘해주셨어요. 녹화 당일 동기들이 응원하러 와줬는데, '허성미, 허성미' 제 이름을 외치니까 옆에 계시던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같이 제 이름을 불러주시길래 깜짝 놀랐어요. 또 부모님 카톡방도 난리가 났죠. '우리 딸 오늘 전국노래자랑 나와' 이렇게 자랑을 많이 하신 거 같더라고요.

Q. '미스터트롯' 보세요?

당연히 보죠. 게다가 잘 생겼어요. 다 좋아서 '원픽'(가장 좋아하는 사람) 고르기가 어려운데...대학부에 옥진욱 좋아해요. (인터뷰 이후 아쉽게 탈락)

Q. 트로트 열풍을 보는 기분?

아 이제 드디어 터졌구나! 저는 언제 트로트 열풍이 올까 많이 기다려 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아무리 TV 방송을 봐도 Mnet '프로듀스 101', SBS 'K팝 스타', Mnet '슈퍼스타K'처럼 가요만 많고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갈 수 있는 오디션 프로도 없었어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대박이 터졌죠. 트로트 덕후에겐 정말 좋은 일이죠.

Q. 트로트의 매력?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가사들. 트로트를 좋아하는 연령층의 그런 (정겨운) 느낌. 아무래도 가요는 랩도 많고 부르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트로트는 남녀노소 따라부를 수 있어서 그런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트로트를 좋아하는 동년배들에게

예전에는 트로트 좋아한다고 하면 '너 가요 못해서 트로트 부르지' 이렇게 반응했었는데 이제 트로트 시대가 왔어요. 이제 트로트 좋아한다고 겁먹지 마세요. 이제 저희가 이끌어 갈 때입니다. 화이팅.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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