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후] "왜 피해자가 피해 봐야하는 세상인가?" 김해 의문의 사망사건 제보자

[제보이후] "왜 피해자가 피해 봐야하는 세상인가?" 김해 의문의 사망사건 제보자

2020.01.23. 오후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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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이후] "왜 피해자가 피해 봐야하는 세상인가?" 김해 의문의 사망사건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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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재수사 해 주세요.”

지난 해 8월, 경상남도 김해시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사망한 허성안 씨의 친형 허성범 씨의 말이다.

허 씨는 동생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며 CCTV 영상 등과 함께 YTN에 제보했고, YTN은 지난 달 9일 ‘제보이거실화냐’를 통해 동생의 사건을 제보영상으로 발행했다.

영상 발행 후 한 달이 지나 허 씨의 영상("술 마시러 나간 동생, 주검으로 되돌아와"‧‧‧김해서 발생한 의문의 사망사건)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4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온라인 사용자들의 공분과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건이 발생하고 5달이 지났다.

지난 17일 허성안 씨의 친형 허성범 씨를 추락사고가 났던 오피스텔 인근에서 만났다.

당시 상황과 함께 근황 등을 물었다.

Q. 지금 근황은 어떤가? 지난 달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했다고 들었는데?

채널A의 ‘아이콘택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잘 알다시피 ‘민식이법’ 사연이 다뤄졌던 프로그램이다. 민식이가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 사연이 국민청원에 올라갔다. 처음에는 3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아이콘택트’ 방송 이후 2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나도 동생 사연을 충분히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많은 방송사에서 다뤘고 YTN 유튜브 채널을 통해 높은 조회 수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Q. 사건 제보는 어디에 했었나?

SBS, YTN, KNN, 채널A 등에 했다. 그 가운데 YTN에서 취재 온다고 해 가장 먼저 취재에 응했다. YTN에서 발행한 영상이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가 나왔다. 이후 KBS ‘제보자들’, SBS ‘궁금한 이야기 Y’, MBC ‘실화탐사대‘, KNN ’송진우 시사만사‘ 등에서 나왔다. 동생 사건을 다뤘던 ’실화탐사대‘는 시청률 6.8%로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들었다. 방송이 나갈 때 동생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Q. 매체를 통한 순간적인 관심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텐데 어떤가?

그렇다. 그 부분이 답답하다. 동생 사건은 이렇게 질질 끌 문제가 아니다. 사고 발생 후 5개월이 지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검찰에서 대검에 ‘심리의뢰’해서 분석한 것 외에 없다. 나는 그 기간에 자료공개 요청을 했다. 물론 기각되었다. 당시 한 방송사에서 촬영 중이었다. 제작진 가운데 한 사람이 기각 된 것에 대해 ‘당신이 어려서 그렇게 구는 것 같다’며 다시 요청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다시 자료공개 요청을 했다. 그랬더니 자료가 넘어왔다. 한 번에 줄 것이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쨌든 경찰은 이 사건을 내사종결처리 했다.

Q. 지금 심경은 어떤가?

심경이 복잡하다. 말 할 곳도 없다. 물론 친한 친구들이 많고, 친구들 덕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동생 사건은 이미 5개월이 지났다. 친구들도 지칠 것이다. 그래서 미안하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내 마음에만 담고 있다. 원래 건강한 체질이었지만 요즘 계속 병원을 다닌다. 오늘도 병원에 가야하는 날인데, 일정이 겹쳐 취소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뭘 하는 거지? 너무 힘든데, 그냥 뛰어내려 볼까? 동생은 어떻게 떨어졌지?’ 힘들다. 무척 힘들다.

Q.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내가 장남이다. 여동생이 있고 남동생이 있었다. 가족들은 마음의 상처가 크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도 없었다. 그런 마음에 동생을 많이 혼냈다. 나처럼 되지 말라고. 바르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컸다. 동생은 운동을 잘했다. 공부도 잘했다. 다재다능했다. 동생이 나쁜 친구들을 만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 따라가서 혼쭐냈다. 그 부분이 안타깝다. 동생과 단 둘이 밥 한 번 먹어본 적이 없다. 동생과 해본 것이라고는 빌라 밖에 나가 혼냈던 것을 달래준다며 담배를 피워 물었던 것. 그 외에 둘이 해 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부분이 미안하고 또 너무 안타깝다.

Q. 부모님이 힘 드셨을 것 같다.

부모님은 동생이 사망선고를 받자, 오열했다. 우리는 처음에 몰랐다. 동생이 그저 뛰어내린 줄로만 알고 있었다. 첫 목격자 강 씨가 떨어졌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강 씨의 말을 믿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할 틈도 없었다. 그 순간에는 잘잘못을 따질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부모님과 함께 강원도에 있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김해로 내려가는 길이 두려웠다. 차량 사고가 날까봐. 현장에 도착하니 친구들과 강 씨가 있었다. 강 씨는 내게, 동생의 친구들이 동생을 왕따 시켜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친구 한 명이 강 씨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말을 계속 바꾸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근 가게를 찾아다니며 CCTV를 확보했다. 영상을 보니 강 씨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구대는 이 사건을 중구에 넘겼다고 했다. 동생의 가족 면회는 내가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동생의 사진을 찍었다. 말없이 누워있는 동생을 찍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증거를 위해 찍었다. 동생 몸을 구석구석 세부적으로 찍었다.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찍었다. 나는 가게를 돌며 수집한 CCTV 4개와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가지고 중구에 사건접수를 했다. 이후 사건은 9월 중하순에 검찰로 넘겨졌다. 최근에는 탄원서 30장과 2.6기가 정도의 자료를 검찰 쪽에 넘겼다.

Q. 경찰 조사는 더 안 되나?

절차 상 안 된다고 했다. 당초 김해시 중구서에 이의제기를 해서 수사담당자를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동생 사건은 이미 검찰로 넘어갔기 때문에 어렵다고 들었다.

Q. 현재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동생이 왜 떨어졌나? 이것이 핵심 쟁점이다. 나는 그 부분의 사실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조사를 하다 보니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 병원의 실수 등을 발견했다. 그래서 ‘동생이 왜 떨어졌나?’에 대한 사실관계에만 집중할 수 없는 실정이다.

Q. 병원 측 실수는 무엇인가?

병원 쪽 진료 과정은 모른다. 하지만 일처리가 별로였다고 느꼈다. 유품 가운데 동생이 입고 있는 상의를 돌려주지 않았다. 부모님께 물어보니 유품은 바지만 받았다고 했다. 병원에는 동생의 상의가 있었다. 병원 측에 물었다. 동생 상의가 어디 있는지. 병원은 고지를 한 다음 버렸다고 답했다. 나는 병원 측에 그 말에 책임 질 수 있는지 따졌다. 병원 측은 거듭 당신네 가족에게 고지를 했다고 주장해, 나는 그 말에 책임 질 수 있냐고 물었다. 병원은 답을 하지 못했다. 사고 다음 날 동생 면회를 했을 때, 전날에 비해 시트가 깨끗했다. 그 사이 누군가 옷을 버렸던 것이다. 나는 병원에 누가 옷을 버렸냐고 항의했고, 병원 측은 그제야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결국 병원이 동생의 유품을 버렸던 것이다. 저항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단서 가운데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Q. 경찰의 초동수사는 어땠나?

8.5층에서 떨어졌다. 그렇다면 그 위층과 아래층도 살펴봐야한다. 119 구급대원 일지를 봤다. 구급일지에는 강 씨가 10층에서 동생을 데리고 오는 도중, 앞에서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적혀 있었다. 지구대는 강 씨가 10층에서 동생을 데리고 오는 도중에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내게는 통화 중에 떨어졌다고 했다. 서로 다른 말이다. 동생이 떨어지기 직전, 강 씨가 내게 전화했다. 전화기 너머로 동생이 숨을 헐떡거리며 “괴롭히지 말라”고 소리쳤다. 강 씨는 동생에게 “닥쳐라, 사람들 깬다,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다. 그때 강 씨가 전화로 내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강 씨에게 “내 친구들을 보내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 7초가 지났다. 7초 만에 떨어졌다고 전화가 왔다.

Q. 그 부분이 중요할 것 같은데

그렇다. 수사기관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다르다는 점이다. 즉 통화한 다음에 떨어졌다고 하면 인과관계가 안 된다. 하지만 반대로 통화 중에 떨어졌다면? 이 부분은 이미 녹취록이 있고 통화 중에 떨어진 것은 인과관계 상 성립이 된다. 그래서 나는 강 씨를 ‘미필적고의살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동생이 스스로 떨어졌는지, 혹은 강 씨가 밀었는지, 그 점은 중요한 점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강 씨가 통화 중에 ‘뛰어내리라고 협박’을 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강 씨가 술집부터 폭행과 압박 등을 해서 ‘미필적고의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는? 진전이 없다.

Q. 되돌아가 보자. 처음 119 신고는 누가했나?

내 친구가 했다. 50분에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강 씨는 52분에 바로 옆 지구대에 들어갔다. 이어서 지구대 경찰 3명이 출동했다. 그런 다음 14분이 지나 119 구급차가 도착했다. 경찰은 처음 자신들이 119 소방대에 신고를 했다고 주장을 했지만, KT 전화국에 확인해본 결과 기록이 없었다. 119 신고는 내 친구가 54분에 했다. 결국 그것이 최초의 신고였던 셈이다.

Q. 현장에 다른 흔적은 없었나?

현장에 머리카락들이 있었다. 손으로 만지만 안 될 것 같아서 카메라로 찍었다. 그리고 경찰에 보냈다. 머리카락들이 가해자 것인지 피해자 것인지 대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장에 지문도 안 나왔다고 했다. 동생 키가 160이 안 된다. 스스로 떨어진 사람은 외상이 많다고 들었다. 반면 누군가 밀어서 떨어진 사람은 하체가 많이 다친다고 들었다. 동생은 얼굴 쪽 상처는 있었지만 머리가 터지거나 큰 외상이 없었다. 피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체 뼈가 발끝부터 모두 부러져 있었다.

Q. 지난달에 보도했던 YTN ‘제보이거실화냐’에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YTN이 취재할 시점에는 자료가 부족했다. 준비를 강화하기 전이었다. 지금은 준비를 많이 했다. 그래서 보다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사건에 ‘디지털 포렌식’을 요청하고 싶다. 사고 이후 강 씨는 술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 2명과 함께 일주일 동안 모텔에서 지냈다고 들었다.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있다. 이후 그들은 한 동안 붙어 다녔고, 그 가운데 한 명은 군에 입대했다. 다른 한 명은 강 씨를 떠났다. 지금은 강 씨 혼자 남았다고 들었다.

Q. 수사기관에 바라는 점은?

어떤 사건이든 본인들 일로 애착을 가져주면 좋겠다. 자기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수사해 주면 좋겠다. 또 검찰은 수사 자료가 송치되어 넘겨지면, 종이로만 보지 말로 현장에 나가 실제 조사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바쁘신 것 안다. 창원 검찰청에서 현장까지 차로 30분이다. 많은 일로 힘들겠지만 현장 조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 주셨으면 좋겠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궁금하다. 왜 피해자가 피해를 보아야 하는 세상인가? 피해자 가족들이 자료를 찾고 또 수집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된다는 점. 나는 그런 세상이 싫다.

YTN 서정호PD(크리에이티브제작팀 팀장)
hoseo@ytn.co.kr
[자료제공=허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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