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박의 재앙'...피해 구제 어쩌나?

'연초박의 재앙'...피해 구제 어쩌나?

2019.11.14. 오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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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도 채 되지 않는 주민 가운데 22명이 암에 걸리고 이 가운데 14명이 숨진 전북 익산의 장점 마을.

재앙의 원인은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으로 밝혀졌죠.

마을의 비료 공장에서 불법으로 연초박을 태워 비료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공기 중에 배출된 겁니다.

문제의 비료공장은 장점 마을과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공장이 들어선 2001년부터 악취와 물고기 집단폐사가 있었다며, 비료공장을 꾸준히 원인으로 지목해왔는데요.

하지만 돌아온 건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이었습니다.

익산시는 금강 농산의 오염물질 처리와 관련해 10여 차례나 위반 행위를 확인하고도 가동 중단이나 폐업 조처 같은 강력 조치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익산시가 이 회사에 환경 우수상을 줬다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최재철 / 전북 장점마을주민 대책위원장(지난 7월) : 이런 재난 마을을 어떻게 환경부가 엉터리 조사하고 정부가 왜 팔짱을 끼고 있는지 저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주민들 가슴이 벌렁벌렁 떨리고 있어요.]

주민들은 해당 비료업체에 문제의 연초박을 공급한 KT&G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KT&G가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이 공장에 공급한 연초박 규모는 2천 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하지만 KT&G는 "법령상 기준을 갖춘 업체와 적법하게 계약을 체결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문제는 보상받을 길이 요원하다는 겁니다.

문제의 비료공장이 2년 전 문을 닫았고, 사장도 폐암으로 숨졌기 때문인데요.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치료비의 자기부담금 정도에 그쳐서 실질적 피해에 비하면 배상액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주민들이 비료공장이나 KT&G 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겨서 배상을 받는다면, 정부로부터 받은 돈마저도 토해내야 하는 현실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비료공장의 잘못이 확인돼 이제라도 다행이지만, 사랑하는 내 가족을 잃은 아픔과 한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느냐면서 눈물로 호소합니다.

환경부는 물론 지자체의 관리 감독 부실과 연초박 처리를 위탁한 KT&G의 사후 관리 문제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데요.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한 중대한 사건인 만큼, 철저한 책임 규명과 연초박의 사용 실태 점검으로 죽음의 마을이 되풀이되는 비극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차정윤 [jych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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