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이 공개한 화성 8차 사건 진술서..."대필해준 것"

'그알'이 공개한 화성 8차 사건 진술서..."대필해준 것"

2019.11.03. 오전 10: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이미지 확대 보기
'그알'이 공개한 화성 8차 사건 진술서..."대필해준 것"
사진 출처 = YTN / 지난달 26일 경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윤 모 씨
AD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가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했던 윤 모 씨의 자필 진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해당 진술서가 받아쓴 것이거나 대필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뷰에 응한 윤 씨는 "자필로 썼다고 하는데 자필보다는 받아쓴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형사가 어떻게 쓰라고 얘기했는데 그 내용은 생각을 잘 못 하겠다"라고 말했다.

우선 '그알' 측은 "초등학교를 중퇴한 윤 씨보다 형사들이 자주 사용할 법한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라고 주장했다. 가령 '주거지', '휴식을 취하고', '국민학교 후문 방향에서'와 같은 문구가 자필 진술서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윤 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도 "조사 과정에서 윤 씨가 쓰지 않았는데 윤 씨 이름으로 쓰인 자술서를 봤다. 윤 씨의 필체가 아니다"라며 "윤 씨가 사실 확인을 해줘야 하는데 자술서를 쓸 능력이 안 되다 보니 누군가 대필해준 것"이라고 전했다.

'그알'에 따르면 해당 진술서에는 윤 씨가 사건 발생 당시인 1988년 거주하고 일하던 농기구 수리점에서 자정 무렵 나와 피해자의 집으로 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당시 윤 씨와 함께 살며 일하던 농기계 수리점 사장은 "누가 산소 용접기를 훔쳐 갔었는데, 그 비싼 걸 잃어버리고 나서는 굉장히 예민하다. 또 우리 가족이 다 자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아니어도 금방 인기척을 느낀다"라면서 윤 씨 범행이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뿐 아니라 윤 씨가 밤에 수리점을 빠져나가더라도 철문을 여는 요란한 소리 때문에 누군가 알아챘을 것이라는 게 농기계 수리점 사장의 생각이다. 또한 당시 사장은 "(윤 씨가) 손으로 경운기를 돌리기 때문에 기름 범벅이다"라며 현장에서 검은 기름때가 발견됐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그알' 측은 소아마비를 앓고 키가 163cm인 윤 씨가 자신의 키와 비슷한 피해자 집 담벼락을 혼자 넘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윤 씨의 사촌 누나는 "(현장 검증 당시 윤 씨가) 벽을 타지 못하자 회색 벽돌을 놓고 형사들이 양쪽을 부축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윤 씨 역시 담을 넘을 때 형사가 잡아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알'은 8차 사건 당시 윤 씨가 범인으로 특정되는 증거가 됐던 체모 검증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주택에서 13살 박 모 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토대로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윤 씨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수감 20년 만에 가석방됐다. 그러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윤 씨는 재심 청구 의사를 밝힌 상태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