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운동화 발자국→맨발"...'화성 8차' 현장 기록 조작 정황

단독 "운동화 발자국→맨발"...'화성 8차' 현장 기록 조작 정황

2019.10.31. 오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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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 발생 10개월 뒤, 윤 모 씨 체포
당시 경찰 "윤 씨, 슬리퍼로 범행 현장까지 이동"
사건 발생 직후 기록 "운동화 추정 발자국 남아"
"윤 씨로 범인 특정 위해 현장 기록 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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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진범 논란에 휩싸인 화성 8차 살인사건 당시, 경찰이 윤 모 씨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범행 현장 기록을 조작까지 한 정황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운동화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분명한 증언이 있었는데도 윤 씨를 잡고 나서는 '맨발'로 범행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안윤학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988년 9월, 13살 박 모 양이 자신의 방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화성 8차 살인사건입니다.

사건 발생 10개월 뒤, 경찰은 윤 모 씨를 체포하고 범인으로 특정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당시 경찰은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윤 씨가 슬리퍼를 신고 범행 현장까지 접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윤 씨의 1심 판결문에는 윤 씨가 방문 앞에서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었고, 맨발로 방문을 가로막은 좌식책상을 밟고 넘어갔다는 구체적인 수사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YTN의 취재 결과, 사건 발생 직후에 작성된 기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방 안에 있던 책상 위에는 범인이 침입할 때 남긴 '운동화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있었습니다.

박 양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경찰에 알렸고, 경찰도 진술을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윤 씨를 체포한 뒤 발자국이 있었다는 중요한 증언을 깡그리 무시한 겁니다.

결국, 윤 씨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현장 기록까지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윤 씨의 재심을 준비하는 박준영 변호사도 경찰이 없는 증거를 만들어내고, 있는 증거를 없앴다며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준영 / 윤 씨 재심 변호인 :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 파악한 현장의 모습을 10개월 뒤에 윤 모 씨가 잡혔을 때 왜곡했어요. 윤 모 씨의 신체적 상황과 맞지 않거든요.]

[윤 모 씨 : (현재 경찰이) 서류를 다 훑어봤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데, (중략) '허당'이라 이거야, 서류가. (중략) 자기네가 이해를 못 하겠다는 거예요.]

현재 수사본부도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집중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문이나 강압 수사를 넘어 사건 현장 기록마저 조작한 것으로 확인되면, 과거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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