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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목사님과 헌금함, 숨은 의도는?
Posted : 2019-10-13 08:00
[와이파일] 목사님과 헌금함, 숨은 의도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광화문 집회.
단상에 올라 집회를 주도하는 목사가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입니다.
그리고 집회 분위기가 한창 고조될 때쯤 반드시 거치는 순서가 있습니다. 바로 헌금시간입니다.

[와이파일] 목사님과 헌금함, 숨은 의도는?


-전광훈 목사 헌금 독려 발언(지난 3일)-
"오늘 행사 중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바로 헌금하는 시간입니다. 8월 15일 비가 많이 와서 우리가 만 원씩 헌금을 못 해서 내가 부도가 났습니다. 이 시간에 여러분 많이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자비하신 주님, 이 시간에 우리가 헌금하길 원합니다. 우리가 다 주머니를 털어서 하나님의 영광과 대한민국 영광을 위해서 헌금하겠습니다. 열납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참여하는 손길들을 30배, 60배, 100배로 갚아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목사는 집회 현장에서 당당하게 헌금을 요구합니다. 헌금이 시작되면 인파 곳곳에 자리하고 있던 집회 관계자들이 노란 종이봉투로 헌금을 받습니다. 물론 강제적으로 헌금을 받지는 않습니다. 헌금을 낼지 말지는 집회 참가자의 자유입니다.
이날(10월 3일, 개천절) 하루 걷힌 돈이 1억 6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전 목사를 직접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앞 천막농성장, 전 목사는 그날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 내고 있었습니다.

[와이파일] 목사님과 헌금함, 숨은 의도는?

헌금의 사용처를 설명하는 전광훈 목사


헌금의 사용처를 물으니 집회에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무대설치와 전단, 현수막, 스텝 인건비 등 집회를 여는데 드는 전체 비용이 15억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날 걷은 헌금 1억6천만 원은 전체 집회에 드는 비용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전 목사는 이렇게 돈을 걷은 행위가 헌금이라고 강조합니다. 기부금이 아닌 종교단체가 신도들로부터 걷은 돈이라는 겁니다.
집회 중이기는 하지만, 예배를 드렸고 신앙고백과 찬송, 기도, 설교, 헌금의 순서를 지켰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집회에서 걷는 돈, 기부금이냐? 헌금이냐?

전 목사가 집회에서 걷는 돈을 헌금으로 규정하는 순간, 기부금품법에서 자유로워집니다.

특정 단체나 개인이 사람들로부터 모금을 통해 얻은 돈은 기부금품법을 따라야 합니다. 천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 걷으려면 모집·사용 계획서를 행정안전부장과 또는 자치단체장에게 등록해야 합니다. 또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 기간에 있는 사람은 기부금을 모집할 수 없습니다.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런데 이 기부금품법에서 제외되는 모금활동이 있습니다. 종교단체가 신도로부터 얻은 돈. 정확히는 종교단체가 그 고유활동에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신도로부터 모은 금품은 기부금품법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와이파일] 목사님과 헌금함, 숨은 의도는?

집회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헌금을 걷는 모습


돈의 사용처를 밝힐 필요도, 계획서를 사전 등록할 필요도 없습니다. 심지어 지난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를 보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 목사도 모금할 수 있는 겁니다. 전 목사는 집회 현장에서 걷은 돈은 장확하게는 집회 중 열린 예배에 사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전 목사의 모금 행위를 종교단체의 헌금으로 볼지, 특정 단체가 실시한 기부금 모집 행위로 볼지는 해석의 차이가 있어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헌금함'…왜?

일부 언론들은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서 전 목사가 헌금함을 돌렸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헌금함은 집회 현장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보이지도 않은 헌금함은 왜 거론됐을까요? 전혀 근거가 없진 않습니다.

[와이파일] 목사님과 헌금함, 숨은 의도는?

헌금함은 지난 6월부터 청와대 앞 농성장에 비치


전 목사의 헌금함은 청와대 앞 문재인 대통령 하야 천막 농성장에 있습니다. 헌금함이라는 세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하얀 플라스틱 상자. 그리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문구.

"본 헌금은 전광훈 목사님의 모든 사역을 위하여 드려지며 헌금의 처분권한을 전 목사님께 모두 위임합니다."

바로 이 문구 때문에 헌금함에 관심이 쏠렸고, 많은 사람이 헌금함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헌금의 처분 권한이 목사에게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헌금은 교회가 신도들에게 종교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걷는 돈입니다. 그리고 이 돈의 사용 권한은 담임 목사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교회는 재정을 담당하는 제직회가 따로 있고 회의를 통해 예산을 집행합니다. 신도들이 낸 헌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입니다. 하지만 헌금함의 문구는 이 절차마저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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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실천연대 방인성 목사는 헌금함의 문구는 헌금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던지 상관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목사가 헌금을 걷는 주체가 되거나 헌금을 사용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목사의 직무는 성경을 가르치고 교인들을 잘 돌보는 것으로, 헌금은 다른 기관, 즉 제직회에서 걷어서 투명하게 사용처를 밝히고 목적에 맞게끔 정리를 하는 것이 교회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논란의 문구 왜 굳이 왜 적었을까?

전 목사는 논란이 되는 문구를 굳이 왜, 보란 듯이 헌금함에 적었을까요? 역시 기부금품법, 나아가 횡령죄와 관련이 있습니다. 천막 농성 현장에 비치된 헌금함으로 들어 오는 돈도 기부금품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종교 단체의 활동에 사용돼야 합니다. 사용처가 예배 등 종교활동이 아닌 곳에 개인이 마음대로 사용했다면 문제가 됩니다. 기부금품법 위반은 물론이고 횡령죄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부금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앞서 설명했습니다. 횡령죄는 이보다 처벌 수위가 높습니다.

※ 형법 355조 : 횡령-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횡령죄의 경우 가중처벌도 가능합니다.

※횡령죄 가중처벌(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법)
1.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그런데 헌금함에 적힌 문구의 법리적 해석에 따라 기부금품법과 횡령죄를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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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농성장에 비치된 헌금함에 적힌 문구



"본 헌금은 전광훈 목사님의 모든 사역을 위하여 드려지며"
여기서 '사역(使役:사람을 부리어 일을 시킴)'은 목사가 하는 모든 종교 활동을 뜻합니다. 목사의 행위를 어디까지 종교활동으로 봐야 하는지 정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집회에 참가하는 것도, 정치인을 만나는 것도 모두 사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역에 돈을 썼다면 종교활동에 사용했다고 판단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신도들로부터 걷은 헌금은 종교활동에 써야 한다는 기부금품법 조항을 지켰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헌금의 처분권한을 전 목사님께 모두 위임합니다."
처분 권한을 목사에게 위임한다는 이 문구는 횡령죄를 피할 단서가 됩니다. 헌금이 예배시간이 아닌 집회에서, 그리고 신도가 아닌 집회 참가자에게 걷은 돈으로 분류되고 이 돈을 목사가 마음대로 사용했다면 기부금품법 위반을 넘어 횡령죄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기부한 사람이 돈의 처분 권한을 위임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와이파일] 목사님과 헌금함, 숨은 의도는?

기자와 통화한 한 변호사는 "'목사의 사역'이라는 문구는 사용처에 있어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으며, 처분권한도 일체 위임했고 헌금을 낸 사람들의 의사에 부합한다면 횡령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편향된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집회 참가자들을 선동하는 전 목사의 헌금 행위가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질의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박영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전 목사가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 적용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전광훈 목사.
그는 개천절 집회 이후 한글날 집회에서도 헌금을 걷었습니다.
또 향후 집회에서도 꾸준히 헌금을 걷겠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기자:홍성욱[hsw0504@ytn.co.kr]
인턴기자:김미화 [3gracepeace@naver.com]
촬영기자:최광현
VJ:이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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