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뜰 업체도 없는데...심해수조 어이없는 가짜 착공식

삽 뜰 업체도 없는데...심해수조 어이없는 가짜 착공식

2019.10.05. 오후 10:2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설계 단계에서 마찰 빚으면서 ’가짜’ 착공식 진행
당시 산업부 장관, 이듬해 부산서 국회의원 당선
’가짜’ 착공식 홍보…정작 공사 관리는 소홀
AD
[앵커]
YTN은 지난달 1,000억 원이 들어간 심해공학수조가 부실투성이이라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그런데 공학수조의 착공식이 실제로 착공하기 1년 전에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실적 알리기에만 급급해 어처구니없는 가짜 착공식을 열었던 겁니다.

이정미 기자입니다.

[기자]
4년 전, 부산에서 열린 심해공학수조 착공식입니다.

세계 최초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공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시기는 2015년 2월.

그런데 정작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첫 입찰 공고는 넉 달 뒤인 6월에야 이뤄졌습니다.

이마저도 유찰되면서 정작 업체가 선정된 건 1년이 지난 2016년.

삽 뜰 업체도 없이 삽 뜨는 행사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참여 기관 관계자 : 좀 시민들한테 알리려고 한 것도 있고 참여한 빅3(민간업체)도 '빨리 착공식 좀 해주세요.' 이렇게 해오면서 좀 빨리 끝내려고 했는데….]

착공식 당시는 공사 주체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설계업체가 설계 변경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던 시기.

그런데도 사업 진행이 순조로운 것처럼 연출한 겁니다.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는 무리한 사업 추진이 심해수조 부실을 불러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해수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사업이라며 책임을 떠넘깁니다.

[손금주 / 무소속 의원(국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 2015년 2월에 수조 착공식을 하는데 업체 선정도 안 됐었지만, 그 당시 행사에 해수부 차관까지 참석했습니다. 굳이 무리하게 착공식을 진행하고 사업을 추진한 이유가 뭡니까?]

[문성혁 / 해양수산부 장관 : 수조동은 산자부가 관할한 거고, 연구동은 저희 부가 돈을 댔는데, 저희 부가 관할한 연구동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당시 산업부 측에서는 윤상직 장관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차관 시절부터 심해수조를 추진해 부산에 유치하고는, 이듬해 총선에서는 부산 기장 지역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시작할 땐 가짜 착공식을 할 정도로 부처마다 실적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관리는 소홀했던 겁니다.

착공이 늦어진 심해수조는 벽이 갈라지고 물이 새는 부실이 드러나면서 4년 동안 천억 가까이 투입되고도 아직 보수 공사 중입니다.

YTN 이정미[smiling37@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