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용음악학교의 황당한 수업..."돈 내고 학원으로"

단독 실용음악학교의 황당한 수업..."돈 내고 학원으로"

2019.08.27. 오전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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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많은 연예인을 배출해 잘 알려진 서울의 한 실용음악학교가 학생들을 학원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필수과목을 정해놓고 학교 근처 사설 학원에 수강료만 내면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줬습니다.

김태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과거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입니다.

춤과 노래에 재능있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를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실제 모델은 지난 2006년 문을 연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입니다.

지코 등 유명 연예인을 배출해 가수 지망생들에게 인기가 높고, 학비도 비쌉니다.

[실용음악학원 관계자 : 일단 등록금이 비싸요, 많이 비쌉니다. 실용음악 학교 중에는 잘하는 학생들이 가고요, 수준이 좀 높아야 가죠.]

1년 수업료가 천만 원인 이곳에선 어떤 수업이 이뤄질까?

학교 측이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교육과정 단위배당표'입니다.

매 학기 전체수업 5분의 1은 전공별 실습과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실습과목 수업은 학교가 아닌 근처 음악학원에서 진행됩니다.

학원 입구에는 이렇게 학교 학생들의 연습시간을 공지하는 안내문까지 붙어있습니다.

문제는 과목 이수를 인정받기 위해선 수업료 외에 백만 원이 넘는 추가 수강료를 학원에 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학원은 연습실만 제공할 뿐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은 개인 연습을 하는 게 전부입니다.

학원에 채용된 강사도 없습니다.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학생 : 전공실습이 개인 레슨 받는 시간이에요.]

정규 과목을 교사 없이 학생 자율에 맡기는 건 교육부가 정한 운영규정 위반입니다.

또, 외부 수업을 하더라도 비용 부담은 학교가 책임져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 교육과정 자체를 편성하는 건 학교장 권한이지만, 편성된 교육과정을 지키는 건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이죠. 학생들에게 수강료나 사용료를 그 학원에 내라고 한다든지 하면 그건 좀 문제가 되죠.]

하지만 학교 측은 수업료 고지서를 보내면서 학원에도 돈을 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습니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학원이 이런 식으로 챙긴 돈은 10억 원에 달합니다.

YTN 김태민[tmkim@ytn.co.kr]입니다.

[앵커]
학교 측이 사설 음악학원에 필수 과목 교육을 맡긴 이유는 뭘까요?

YTN 취재 결과, 학교 설립자의 가족과 친인척이 학원 운영을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장원 기자입니다.

[기자]
실용음악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전공실습' 과목을 외부 음악학원에 맡긴 이유는 뭘까?

학원 등기부 등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문을 열었을 당시, 학원 대표는 정 모 씨였습니다.

학교 설립자이자 현 교장의 제수입니다.

이후 두 차례 바뀐 대표도 설립자의 며느리와 사돈이었습니다.

현재 학교 교감인 설립자의 아들은 학원 이사를 겸임하면서 두 곳에서 월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학교 설립자의 가족회사인 셈입니다.

덕분에 수업료만 수십만 원씩 하는 '방과 후 학교' 수업도 이 학원이 진행했고, 학생증과 티셔츠 판매도 맡았습니다.

학교와 학원 간의 수상한 관계는 이미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학생 : 학부모님들도 그냥 급식비 따로 내고, 교육비 또 내고 연습실비 내고.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저희는 잘 모르니까….]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학생 : 연습실 말고 다른 부분들도 그런 게 많았기 때문에….]

학교 측은 학원과의 특수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부당한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 (연습실) 운영하는 게 힘들고 해서 저희가 맡은 거지,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비리가 있었다거나) 이런 건 아니거든요.]

법률 전문가들은 횡령이나 배임이 의심된다고 지적합니다.

[이정환 / 변호사 : 수업료를 가지고 지금 엉뚱한 일들을 하는 거잖아요. 누가 봐도 의심되는 사안이고, 결국 교감이 아니더라도 일가친척들이 (음악학원의) 대표이사를 쭉….]

최근 경찰은 관련 혐의를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YTN 부장원[boojw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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