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가 간다] "대피로·소방시설은 사치"...화재 무방비 주거 빈곤층

[Y가 간다] "대피로·소방시설은 사치"...화재 무방비 주거 빈곤층

2019.08.25. 오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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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장기투숙하던 70, 80대 노인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방화의 가능성도 있지만 변변한 소방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피해가 커졌는데요.

낡은 쪽방이나 여인숙 등 안전에 취약한 비거주시설의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허름한 골목.

지은 지 50년도 넘은 낡은 여인숙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몸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엔 낡은 전기제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좁은 방에서 직접 취사까지 하다 보니, 화재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여인숙 주인 : (투숙객이) 연기가 이렇게 난다고 막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세상에, 가스레인지 위에 불이 타오르는데 냄비에 음식물이 다 탄 거예요. 깜짝 놀라 가지고….]

이런 방 8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주변에서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 같은 장치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인숙 투숙객 : 불나면 이 좁은 길로 나갈 수가 있어요? 그냥 다 죽는 거죠.]

이번에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쪽방촌을 찾았습니다.

3층짜리 목조 건물에 쪽방 9개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 불이 나면 좁고 가파른 계단 하나가 유일한 대피로입니다.

[박동기 / 쪽방촌 주민 : 여기는 목재라, 옛날 목재 구조라 한번 (불이) 붙으면 끄지를 못해요. 입구에서 불나면 나갈 구멍이 없어요.]

비슷한 환경에 있는 쪽방은 이 일대에만 7백여 곳.

다행히 천장에는 경보기가 설치돼 있고 건물 안팎에 소화기도 비치돼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이 동네에선 음식을 조리하던 60대 노인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갑자기 붙은 불은 나무로 지은 건물을 순식간에 집어삼켰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화마의 흔적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쪽방이나 여인숙, 고시원 등 비거주시설은 37만 가구.

전주의 여인숙에서 일어난 끔찍한 화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십만 명의 이웃들이 화재 등 각종 재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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