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황실에 2명 상주" 지침...아무도 없었다

단독 "상황실에 2명 상주" 지침...아무도 없었다

2019.08.07. 오후 10:3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작업자 3명이 숨진 목동 빗물배수시설 사고의 문제점은 수문이 자동으로 열릴 때 제어실에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사고 한 달 전, 서울시는 수문 제어실에 직원을 상주시킬 것을 지시했지만, 양천구청은 정상 근무 시간에만 자리를 지켰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사고 당일 오전 7시 40분.

폭우에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거대한 물줄기가 작업자들을 덮친 긴박한 상황.

수문을 닫는 게 우선이었지만 수문 제어실은 잠겨 있었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최제훈 / 현대건설 현장소장 : 저희는 수문 개방 제어의 권한이 없습니다. 가긴 갔으나 비밀번호가 걸려있어서 저희가 할 방법은 없습니다.]

[강평옥 / 서울 양천구청 치수과장 : 현대 소장님 말씀하시기를 '수문 조작 권한은 양천구청에 있다'라고 하는 내용이 전적으로 (구청에 권한이 있으니까) 현대에서는 못한다? 이 말은 조금 잘못 표현된 거 같아서 제가 수정하겠습니다.]

하지만 YTN이 확보한 서울시 공문을 보면 운영 주체는 명확합니다.

7월부터 양천구청이 주체적으로 시설 운영을 담당하고, 서울시와 시공사는 이에 협조하도록 업무분담이 이뤄져 있습니다.

줄곧 시설물 관리 권한이 없다던 양천구청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겁니다.

[강평옥 / 서울 양천구청 치수과장 :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양천구에 시설물이 인수인계 된 사항은 없습니다.]

양천구 치수과 직원이 수문 제어실이 위치한 상황실에 상주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직전 구청 공무원은 상황실이 아닌 외부에서 휴대전화로 수문이 열릴 거라고 시공사에 통보했고, 9분 뒤 빗물은 작업자들을 향해 쏟아졌습니다.

양천구청 측은 일반 근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원을 상주시켰다고 항변했습니다.

[양천구청 관계자 : 비상이 걸리면, 기본적으로 비상이 걸린 한 시간 내에 응소하게 돼 있고, 근무라는 건 9시부터 6시까지 일반적인 근무를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그 당시에는 비상이 걸린 시간이 아니었거든요.]

호우가 언제, 얼마만큼 내릴지도 모르는 데 24시간 비상근무 체계가 허술하게 준비됐던 겁니다.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도 장마철을 앞두고 공문만 보냈을 뿐 현장 점검을 게을리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공사 중에 나타난 문제니까, 공사 중에 현장관리에 대한 상황은 다시 한 번 정리할 겁니다.]

상습 침수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며 배수 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시범 운영 기간부터 안일한 대처로 일관해 작업자 3명만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