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말뿐인 '여성 안심귀가'..."비상벨도 없다"

[중점] 말뿐인 '여성 안심귀가'..."비상벨도 없다"

2019.07.01. 오전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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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청은 각 지자체와 함께 '여성 안심 귀갓길'을 6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급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비상벨과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한 건데, 관리가 엉망입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여성 안심 귀갓길'입니다.

응급 상황 때 바로 경찰과 연결되는 비상벨이 설치돼있습니다.

여러 번 누른 끝에 겨우 통화가 됐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경찰 관계자 : 저기 끊겨서 들리는데. (들리세요?) 말씀이 끊겨서 들리는데….]

이번엔 '여성 안심 지킴이 집'으로 지정된 편의점을 찾아가 봤습니다.

범죄에 노출된 여성을 도와주는 곳이지만, 정작 직원들은 아무런 내용도 모르고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저 바뀌기 전에 해놓은 거라 잘은 모르겠는데…. 저런 것까지 할 여유는 없죠.]

심지어 '여성 안심 귀갓길'이라는 표시조차 없는 동네도 있습니다.

[유 모 씨 / 서울 상암동 : 2년 동안 살면서 주변에서 그런 소식이나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이 (말하거나) 길에 공지돼 있거나 하는걸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또 다른 '여성 안심 귀갓길'.

필수 시설인 비상벨이 아예 없습니다.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은 깨진 채 방치돼 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전국 '여성 안심 귀갓길' 10곳 가운데 4곳꼴로 이 같은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았고, 7곳은 바닥표시도 없었습니다.

당국의 '엇박자'는 허울뿐인 제도를 부채질합니다.

지자체는 설치를, 경찰은 운영만 하다 보니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쁩니다.

[구청 관계자 : 저희가 관리, 운영하는 게 아니라서 실질적으로 경찰서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경찰 관계자 : 시설마다 구청에 있는 주무부서에서 지속해서 점검하고요.]

그 사이 '여성 안심 귀갓길'은 안심할 수 없는 곳이 됐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2년 동안 경기 용인과 인천의 여성 안심 귀갓길 두 곳에서만 성범죄와 강도 등 이른바 '5대 범죄'가 235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이웅혁 /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형식은 안전 정책이지만 실질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이….]

사업 시행 6년 만에 엉망이 된 '여성 안심 귀갓길'.

취약구역 파악과 그에 맞는 유지·보수라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말뿐인 안심귀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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