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친일파 이해승 재산, 토지 1필지만 환수"...정부, 사실상 패소

법원 "친일파 이해승 재산, 토지 1필지만 환수"...정부, 사실상 패소

2019.06.26. 오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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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 후손을 상대로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도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법원이 이해승의 후손에게 국가에 돌려주라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확인 결과 해당 재산은 1평 남짓한 수로에 불과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하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법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린 겁니까?

[기자]
법무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낸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나왔는데요.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는 법무부가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판결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정부가 사실상 항소심에서도 또 패소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법원이 이 회장에게 토지 단 1필지만 국가에 환수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인데요.

이 토지는 소송 대상이 됐던 토지 가운데 극히 일부로, 충북 괴산군에 있는 수로 4㎡만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려 후손의 친일 재산을 그대로 인정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이 이미 땅을 처분해 얻은 이익 3억 5천여만 원도 국가에 반환하라고 판결했는데요.

이미 처분돼 부당이득 반환 청구 대상이 됐던 토지 목록 28개 가운데 8개 필지에 불과합니다.

[앵커]
이해승의 토지를 두고는 굉장히 여러 차례 재판이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어떻게 진행돼왔습니까?

[기자]
이번 사건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된 이해승의 손자 이 회장은 시가 300억여 원의 땅을 국가에 귀속 당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행정소송을 내 3년 만에 돌려받았는데요.

이 회장은 친일파가 '한일 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사람' 등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해승은 단지 황실의 종친이라 작위를 받은 것뿐이라고 주장했고, 법원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법 개정으로 친일파의 정의에서 '한일 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이 삭제되면서 정부는 토지 소유권을 돌려받겠다며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재산 귀속 대상에 대한 법 개정은 이뤄졌지만 이미 확정판결이 이뤄진 경우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확정판결이 나지 않아 새롭게 소송 대상으로 추가된 토지에 대해서만 원고 승소로 판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고 측 보조 참가인으로 참여했던 광복회의 소송대리인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거물 친일파는 단죄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참담한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친일재산 귀속법과 개정된 법률의 취지가 친일파 후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닐 텐데도 재판부가 국민의 건전한 양식과 정의관에 반하는 부당한 판결을 내렸다고도 지적했는데요.

대법원이 국가와 사회,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주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법무부도 이번 항소심 판결 역시 1심과 같은 국가 패소 취지로 보고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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