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기고 때리고'...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굶기고 때리고'...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2019.06.15. 오전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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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생후 7개월 된 아기가 부모의 방치 속에 숨진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처럼 부모의 학대로 목숨까지 잃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데, 아동학대 실태를 나혜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1살 아빠와 18살 엄마는 생후 7개월 된 딸을 엿새 동안 집 안에 홀로 내버려뒀습니다.

뒤늦게 아기가 숨진 걸 알고도 각자 집을 나와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아기 아빠 / 아동학대 치사 피의자 : (평소에도 아이를 자주 방치한 이유가 뭔가요?) …. (아이가 숨진 걸 확인하고도 왜 그냥 나갔나요?) ….]

지난 1월엔 4살짜리 여자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벌서다가 숨졌습니다.

엄마는 1심에서 양형 기준을 넘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조미연 / 변호사 : 양형기준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흔한 건 아니죠. 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을 한 거죠. 법원에서….]

이처럼 가장 편안해야 할 가정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2천여 건이던 아동학대는 지난해 2만 4천여 건으로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75% 이상이 부모에 의한 자녀 학대였습니다.

한 번 학대를 당한 아동이 재차 피해를 보는 비율은 전체의 10%를 넘고, 이 가운데 95%를 부모가 저질렀습니다.

[정재훈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아동학대는) 한 번 상황이 발생하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아동학대가 일어났을 경우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격리, 보호거든요. 격리, 보호를 하려면 아동이 갈 만한 마땅한 보금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애초에 사법기관이 아동학대를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해,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게 문제입니다.

지난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됐지만, 학대 행위가 사법 절차로 이어진 비율은 매년 3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 지속 관찰로 끝나고, 피해 아동은 원래 가정에서 보호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사건을 형사 사건화하지 않고 대부분 보호사건으로 처리하면서 불기소 위주의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사건화를 해야 하고, 집안일이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하고…. 친권 제한을 해 버리잖아요 외국은.]

피해 아동 보호보다 원만한 가정 복귀를 우선하는 분위기 속에 아이들은 공포에 떨며 소리 없이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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