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사 시켜 조작"...장교 쌈짓돈 된 초과수당

단독 "병사 시켜 조작"...장교 쌈짓돈 된 초과수당

2019.05.22. 오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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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군부대에서 장교들이 사병을 시켜 초과근무 수당을 빼돌린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퇴근 뒤 당직 사병에게 전화를 걸어 허위 입력을 지시한 건데요.

부대 측은 뒤늦게 이런 비위 사실을 알고도 대충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김다연 기자!

일단 사건 개요부터 알려주시죠.

[기자]
네, 전라북도 임실군에 있는 한 육군 부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지난해 6월 이곳으로 전입한 장교 이 모 중위는 퇴근하고도 초과 근무한 것처럼 일지를 허위로 작성해 수당을 챙겼습니다.

퇴근 뒤 당직 근무를 담당하는 병사에게 전화해 근무 종료 시각을 대신 입력해달라고 시킨 건데요.

컴퓨터로 퇴근 시간을 입력하기 위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후 후임 간부마저 초과 수당 빼돌리기에 동참했습니다.

[부하 장교 : 나한테도 맨날 꺼달라 하고…. (그리고) 나도 했지. 그런 거는….]

확인된 부정수급만 16차례에 달하는데요.

이 같은 사실은 해당 부대를 전역한 사병이 용기를 제보하면서 드러났습니다.

복무 시절, 동료 병사들이 당직 근무를 할 때마다 간부들의 초과 근무 시간을 허위로 입력해주는 것에 부당함을 느꼈다는 건데요.

전역 이후 초과 근무 수당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식당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결심이 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부대에서는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요?

[기자]
네, 지난해 11월 한 병사가 익명으로 간부들의 '초과 수당 빼돌리기' 실태를 윗선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사단 차원에서 특별한 조처 없이 전체적으로 '주의'를 주는 데 그쳤습니다.

당사자가 특정된 투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게 군 관계자 설명인데요.

제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실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실태가 군 내부에 뿌리 박힌 관행으로 통한다는 겁니다.

[노 모 씨 / 해당 부대 전역자 : 결국은 배워서 이뤄지는 거거든요. 선후배 사이에서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인수인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과 근무 수당을 살펴보면 중위의 경우 시간당 8,21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초과근무는 하루 4시간, 한 달 57시간을 넘길 수 없습니다.

하루 최대 3만2천 원, 한 달에는 46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군인들이 받는 수당은 국민의 세금입니다.

물론 근무 시간 외에 일한 건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소중한 혈세가 이미 퇴근한 군 간부들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 쓰였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상관의 명령을 어기기 어려운 부하 병사들을 시켜서 범행을 저질렀기에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형사상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김양홍 / 변호사 : 초과 근무 수당을 착복하는 행위는 국가에 대해서는 사기죄, 부하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육군본부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궁금한데요, 해결책은 있는 상황인가요?

[기자]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해당 부대는 실태 파악에 착수했습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취재 뒤 부대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육군본부 관계자 : 모 간부가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으로 수급한 사례에 대해 조사 중이고요. 만약에 부당 수급이 맞았다면 부당 수령액은 환수하고 수령액의 2배가 되는 가산금을 추가 징수하고….]

그 결과 편취에 가담한 간부들을 추가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는데요.

처음 익명 제보가 부대로 들어왔을 때 조치를 했다면 더 큰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노 모 씨 / 해당 부대 전역자 : 주변 간부들도 그걸 듣고 정확하게 조사를 해보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내버려두라고 포기한 상태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군 당국은 지금까지의 부당 수령액을 환수하고 수령액의 2배가 되는 가산금을 추가 징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의 중위가 전역을 한 달 남짓 남겼다는 점에서 처벌이 엄중하게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민간인 신분이 되면 군 차원에서의 징계 등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례는 이 부대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해당 부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군인만 그런 건 아니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군 기강이 크게 해이해졌다는 지적을 그나마 줄이려면 전반적인 실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김다연[kimdy081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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