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과거사위 "성폭행 의혹 확인 못 해...조선일보 외압 정황"

檢 과거사위 "성폭행 의혹 확인 못 해...조선일보 외압 정황"

2019.05.20. 오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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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故 장자연 씨 사망 10년 만에 장 씨 사건에 대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최종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장 씨가 술접대를 강요받은 정황이 인정되지만, 성폭행 피해 의혹은 수사를 권고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상대로 장 씨 소속사 대표의 위증 관련 혐의만 재수사 권고하는 데 그쳤습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 등에 대한 과거 검경의 수사가 미진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취재기자를 연결합니다. 조성호 기자!

먼저, 검찰에 어떤 부분을 수사 권고했는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조금 전 '장자연 사건'에 대한 13개월에 걸친 진상조사 결과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표했습니다.

故 장자연 씨의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 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권고했습니다.

김 씨가 장 씨 사건과 관련한 이종걸 의원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의 성폭행 피해 의혹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한 수사 권고는 없었습니다.

김종승 씨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장 씨에게 술자리와 접대 등을 강요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영화감독을 접대하라고 협박한 사실, 김 씨가 장 씨를 자주 추행했다는 진술도 있었지만, 과거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동료 배우 윤지오 씨는 누군가 술에 약을 탔거나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성폭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과거사위는 추정에 근거한 진술이라 직접적인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또, 전직 매니저 유 모 씨 역시 성폭행 피해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성폭행 가해자가 누군지, 범행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설 만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만 과거사위는 의혹과 관련한 중대한 증거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특수강간과 강간치상죄 공소시효가 끝나는 2024년 6월까지 관련 자료를 보존해달라고 검찰에 권고했습니다.

[앵커]
또 관심을 끌었던 게 성 접대 대상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의 존재 여부였습니다.

어떻게 조사됐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과거사위는 명단 형식의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는 실물을 확인할 수 없었고, 장 씨가 숨지기 전에 작성한 문건을 직접 본 사람들의 진술도 엇갈렸다고 밝혔습니다.

장 씨의 유족도 사람 이름만 나열된 것은 없었고, 모두 서술식으로 쓰여 있었다고 진상조사 과정에서 말했습니다.

리스트와 별도로 장 씨가 작성한 문건에는 김종승 씨로부터 성 접대를 강요받은 내용 등이 적혀 있는데요.

과거사위는 문건의 내용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앵커]
조선일보 사주 일가 관련 의혹도 있었는데요.

과거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조사받지도 않은 사주 일가까지 직접 조사한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과거 검경 수사에서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 씨는 문건에서 지난 2008년 9월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술자리 접대와 잠자리를 요구받았고, 몇 개월 뒤 방 사장의 아들에게도 술 접대를 시켰다고 적었습니다.

과거사위는 2007년 10월쯤 식사자리에서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과 장 씨가 만났다는 진술이 확보됐는데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사건이 무관하다는 데 치중해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습니다.

2008년 10월 유흥주점에서 김종승 씨가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를 접대하면서 장 씨를 동석하게 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장 씨가 작성한 문건에 나온 술 접대는 상대방과 일시, 장소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수사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경찰과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많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경찰 초기 수사와 검찰 수사 지휘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과거사위는 우선 경찰 수사 초기 압수수색 과정에서 결정적 잘못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이 장 씨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한 시간은 57분으로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장 씨 침실에 수첩과 메모장이 많았는데도 '조선일보 방 사장' 등이 적힌 다이어리와 명함이 든 핸드백 등을 압수하지 않았고, 장 씨가 들고 다니던 가방조차 열어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장 씨가 사용하던 핑크색 모토로라 휴대전화가 압수물 사진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압수된 휴대전화와 디지털포렌식 결과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압수물을 돌려주면서 사본을 남기지 않았고, 통화내역이나 디지털 압수물 자료 기록도 정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족이 봉은사에서 장자연 문건을 받을 당시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도 수사기록에서 빠졌는가 하면, 장 씨가 사망 직전 발송한 문자메시지 3통이 삭제된 뒤 복구 불가로 판단된 점도 석연치 않은 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이런 대규모 기록 누락 사태에 대해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이나 검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지만, 어떤 의도나 외압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법무부에서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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