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재범 막는 '분류센터'를 아시나요?...국내 1곳 '걸음마 단계'

[중점] 재범 막는 '분류센터'를 아시나요?...국내 1곳 '걸음마 단계'

2019.03.16. 오전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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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력 범죄를 저지른 '고위험군' 범죄자들이 교도소로 가기 전에 심층 검사를 받는 별도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개개인의 범죄와 심리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해 재범 가능성을 낮추는 '분류센터'가 그곳인데, 정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전국에 단 한 곳에 불과한 게 현실입니다.

외부에 공개가 힘든 교정 시설 내부를 강희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남부구치소 한쪽에 철문과 창살 대신 작은 공간이 눈에 띕니다.

심리 분석을 위한 정밀검사실부터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는 상담실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분류센터란 평범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주로 살인, 성폭력, 방화, 강도 등으로 징역 2년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수형자들이 대상입니다.

지난 2016년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이른바 고위험군 수형자들이 이곳으로 옵니다.

이들은 일선 교도소에서 '분류심사'를 받지 않고 곧장 센터로 이동해 두 달 동안 심층적인 분류 심사와 심리 검사, 상담 등을 받습니다.

모든 심사가 끝나면 센터에서는 수형자별 특성에 따라 치료와 교육, 직업훈련 등 맞춤형 '관리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효율성만 중시하던 기존 교도소 수용 관리와 달리 재범 방지를 목표로 분류해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선진국형 교정 시설입니다.

[홍 모 씨 / 분류센터 수용자 : 제 심리 상태도 파악하고 제 얘기도 누군가 들어주니까 앞으로 수용생활 할 때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요.]

문제는 이런 분류센터가 전국에 단 한 곳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수도권의 '고위험군' 수형자 중에서도 겨우 40%만 분류센터를 거쳐 갈 수 있습니다.

수도권 밖의 수형자들은 임시 분류센터를 거치거나 아니면 사실상 방치돼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1958년부터 일찍 분류센터를 설치해 주요 지역마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미국에선 200개에 가까운 전문적인 분류센터를 통해 재범 방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최찬희 / 서울지방교정청 분류센터장 : 건강검진으로 비교하면 (교도소 분류심사는) 일반 건강검진에 해당하고 저희가 하는 건 정밀 건강검진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서울청 관내만 관리해서 (시설을 옮긴) 수용자 추적 관리가 안 됩니다. (전국 센터가 갖춰져) 모두 제 기능을 한다면 네트워크가 다 갖춰져서….]

분류센터를 거쳐 일반 교도소로 가면 심리치료센터를 중심으로 교정과 치료가 이뤄집니다.

그러나 전국에 12곳 있는 비공식 심리치료센터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일선 교도소에서는 2∼3명의 임시 직원만 심리치료 업무를 맡고 있을 뿐입니다.

[권 모 씨 / 안양교도소 수형자 : (치료를 안 받았다면) 계속 누군가를 증오하고 분노하고 계속 그렇게 살아왔을 거 같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사람들도 다는 못 받아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처벌 위주의 강력 범죄 대책에서 벗어나 아직 걸음마 단계인 재범 방지 시설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과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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