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수집 어르신 175만명, 폐지로 캔버스 만드는 사회적 기업 러블리페이퍼

폐지수집 어르신 175만명, 폐지로 캔버스 만드는 사회적 기업 러블리페이퍼

2019.03.12.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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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수집 어르신 175만명, 폐지로 캔버스 만드는 사회적 기업 러블리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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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YTN, 이번 시간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의 가치와 나눔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1)
<김양원 PD>
최근 소득양극화의 원인으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 소득이 급감한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요, 그 원인을 추적하다보니 폐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 가구의 소득이 함께 줄었다. 이런 주장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일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 다룰 이야기가 바로 빈곤 노인들의 생계수단 ‘폐지’이야깁니다.
함께 이야기 나눌 분 모셨습니다. 러블리 페이퍼의 기우진 대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우진 대표>
(인사)

<김양원 PD>
2) 러블리 페이퍼,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요?

<기우진 대표>
러블리페이퍼는 전국의 175만명에 이르는 폐지수집어르신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입니다. 저희는 폐지수집어르신께 시세의 20배인 가격, 1kg 1,000원에 매입한 폐박스를 주재료로한 캔버스아트를 제작하는 업사이클 기업입니다. 또한 이런 과정을 기업과 학교 등에서 교육하며 폐지수집어르신들의 인식을 동정에서 공감으로 시혜적 관점을 호혜적 관점으로 전환시키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김양원 PD>
3)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할 수 있네요. 정말 거리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요. 생활 속에서 만나는 분들만 해도 아, 정말 많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얼마나 계신지 집계된 게 있을까요?

<기우진 대표>
일단 공식적인 집게는 없습니다. 2014년 자원재활용 연대에서 추산한 수치가 175만명입니다. 일단 이 수치들을 언론보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후 지자체별로 전수조사를 한 지역들이 있습니다. 서울, 인천, 수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전국적인 전수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일단, 대표적으로 서울을 예로 들면 전수조사한 결과 약 3,000여명의 페지수집어르신들이 활동을 하고 계시고 그중 80% 정도가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워서 폐지를 줍는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런 정량적인 통계부분이 있고요. 제가 2013년부터 어르신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인터뷰하는 내용을 참고로 말씀드리면 2:2:6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20%는 이른바 기업형이라고 하고요. 20%는 이른바 취미형이라고 하고 60%은 이른바 생계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계적 수준만 보면 그 스펙트럼이 넓어 민, 관, 학의 지원사항이 적절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도 앞서 이야기한 전수조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러블리페이퍼는 이런 생계적 여건과 함께 매우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어르신들의 정서적 지원입니다.

사실 폐지수집어르신들의 생활패턴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하루에 3번 식사를 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어르신들의 대부분이 가족과의 관계는 매우 단절되고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배고픔보다 정고픔을 느낀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러블리페이퍼는 어르신들에게 여가지원을 통해 청년과 만나게 해드리고, 옛날 영화도 보여드리고, 여행도 보내드리는 지원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정서를 지원하고 나아가 자존감을 회복시켜드리기 위해서죠.

<김양원 PD>
4) 그런데, 어르신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일자리를 만든다거나 다른 활동도 있는데, 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게 된 건가요?

<기우진 대표>
2013년 6년 전이네요. 당시 인천의 한 대안학교의 교사로서 근무하고 있으면서 주변에서 폐지를 주우시는 어르신들의 장면들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원래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있었는데요. 지역의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폐지수집어르신들의 문제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문제가 진짜 사회문제인지 개인적인 이유인지 몰랐어요. 그래서 일단 폐지를 수집하시는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사진을 찍었거든요.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요.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폐지 박스 더미를 허리에 메고 또 한 박스는 머리에 이고 3차선 도로를 위태롭게 올라가시는 장면을 보게 되요.

그 때 결심한 것 같아요. 이 문제를 정의하고 만약 이것이 사회문제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요. 그리고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 언론보도, 논문,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정의했고 그 결과 이것이 현대 고령사회의 구조적인 사회문제라고 결론 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죠.

<김양원 PD>
5) 네, 사실, 자주 보는 장면이지만 해결할 방법이나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진 않은데, 바꿔보겠단 생각을 하신 거네요. 그렇게 시작된 게 오늘까지 이어진 거고요. 그런데 폐지를 캔버스로 만들어서 작품을 그려 판매한다고 하셨는데요. 캔버스로 만들고, 작품을 그리는 건 어떤 분들이 하시는 건가요? 인건비도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운영 구조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우진 대표>
러블리페이퍼는 참 많은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분들 덕분에 러블리페이퍼가 운영되고 있죠. 먼저 저희에게 폐지를 팔아주시는 어르신이 계시고요. 그것을 페이퍼캔버스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내부 생산직원, 자원봉사자, 기업사회공헌활동 등으로 만들어 집니다. 이후 이 페이퍼캔버스를 200여명의 재능기부 작가들에게 보내지고 분기별, 반기별 재능기부작품을 보내주십니다.

이렇게 완성된 페이퍼캔버스아트 작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해주시는 약 220여명의 회원님들이 계십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요. 그 판매수익으로 어르신들에게 각종 지원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다시 자원봉사자, 지자체 복지과 또는 사회적경제과등 유관기관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인건비를 자원봉사 또는 기업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쉐어하고 있습니다.

<김양원 PD>
6) 그럼 작품이 많이 팔려야 할 것 같은데요. 판매량은 어떤가요? 어르신들께 폐지를 사들이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우진 대표>
저희는 페이퍼캔버스아트작품을 정기구독회원시스템을 구축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월1만원 납부하시면 연4개의 원하시는 작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를 통해 현재 220여명의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계속 증가세입니다.

또한 저희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작품을 온라인 판매하고 있고요. 3월부터 11월까지는 플리마켓에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종시의 한 사회적기업상품매장에 입점을 하였고 인천의 사회적 기업 상품 매장에도 입점 예정입니다.

최근 가장 문의가 많이 오는 부분은 기업연계 교육부분인데요. 러블리페이퍼의 페이퍼캔버스 DIY 키트를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부서와 함께 페이퍼캔버스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3월부터 개학을 하여 학교 등에서도 진로, 나눔, 사회적 경제라는 주제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양원 PD>
7) 아, 사실 수익이 날까? 생각 했는데, 다양한 사업을 하고 계신 거였네요. 이렇게 사업을 진행해서 다른 곳보다 비싼 가격에 폐지를 매입 하시는 거고요. 현재 폐지 가격을 시중보다 20배 정도 많이 지불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가격 책정 기준이 있을까요?

<기우진 대표>
저희는 2016년 최초 러블리페이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구매한 가격이 1kg 1,000원이었습니다. 현제 당시 시세보다 내려가 자연스럽게 시세의 20배의 가격이 되었습니다. 1kg 1,000원이란 기준은 2016년 당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어르신들이 하루에 폐지를 수집하시는 양을 고려하면 kg당 1,000원 해야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책정했습니다.

<김양원 PD>
8) 네, 폐지 가격에 노동력까지 함께 생각해서 가격을 책정 하신 거네요. 그리고, 매입도 하지만 어르신들에 대한 문화 활동도 지원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내용인가요?

<기우진 대표>
어르신들은 배고픔보다 정고픔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어르신들과 주변이 다시말해 가족, 친척, 이웃과의 관계들이 그리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어르신들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존감을 살리고 여러 이웃들과 특히 청년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존중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르신들과 청년들이 함께 저희 페이퍼캔버스를 함께 만들며 공감하기도 하고, 어르신들과 청년들이 함께 1일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함께 보기, 평상을 제작하여 어르신들만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드리기도 합니다.

<김양원 PD>
9) 네, 얼핏 생각하면 사실 먹고 살기 힘든 분들한테 문화 활동보다 쌀 한 자루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또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그리고 아까 활동 내용 중에 강연을 또 하신다고요. 이건 또 어떤 내용인가요?

<기우진 대표>
저도 처음에는 어르신들의 활동이 불쌍하고 위태롭고 안쓰러운 감정이 앞서고 그래서 그렇게 감정적 출발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이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러블리페이퍼의 솔루션을 확장시키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만약 페지수집어르신들이 안 계신다면? 이런 상황속에서 우린 그분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영향을 산출할 수 있더라고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현재의 고령사회에서 노인일자리의 부족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이고 정부의 노인복지수준과 국민연금 등 공적이전을 보더라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폐지를 주어서라도 해결하려고 하는 부분은 우리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매우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겠죠.

또 한가지 지자체는 폐기물관리를 해야할 법적 책임의무가 있는데요. 거리에 배출되는 폐자원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터인데 폐지수집어르신들이 안 계시다면 이 일을 하기 위한 예산이 더욱 가중 편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어르신들 때문에 지자체는 예산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환경적으로 따져보면 실로 놀라운데요. 제가 언론보도상의 내용을 근거로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폐지수집어르신들은 연 평균 9톤의 폐지를 수집하십니다. 이를 나무로 환산하면 약 158그루 정도가 되요. 놀랍지 않습니까? 이분은 나무를 심는 분들이셨을 거예요.

그래서 러블리페이퍼에서는 이분들을 폐지수집어르신이라고 부르지 않고 자원재생활동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도 이분들의 인식을 자원을 재생에 앞장서는 활동가로 보고 더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목적으로 함께한다면 서로가 호혜적인 관점을 형성하고 동정하기 보다는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양원 PD>
10) 빈곤노인을 대할 때마다 저는 남일 같지 않습니다. 노후를 걱정하는 5060세대의 경우 더 그럴텐데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정서적인 문제와 사회의 인식변화까지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을 많이 하시고 활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런 러블리 페이퍼의 궁극적인 목적이 궁금합니다.

<기우진 대표>
저희의 최종목표는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망하는 것입니다. 저희의 소셜미션이 페지수집어르신들이 우리의 노력으로 더 이상 폐지를 줍지 않으셔도 되거나 또는 폐지를 줍는 행위가 우리들이 바르게 인식할 때 우리는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되겠죠. 그래서 우리는 망하는 길로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멋지게 망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몇 가지 활동 계획이 있습니다. 2019년 러블리박스라는 신사업을 준비 중이고요. 페이퍼캔버스아트 쇼핑몰도 상반기 오픈을 준비중입니다. 한편으로 어르신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지역의 청년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지역의 대학교들과도 연계하고 있습니다.

<김양원 PD>
11) 최종 목표가 망하는 일이라니, 의외의 대답인데요. 이유를 들어보니 꼭 이루셨으면 합니다. 망하는 길로의 정주행, 앞으로도 쭉쭉 이어나가시길 바라겠고요. 저도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우진 대표>
(인사)
지금까지 러블리 페이퍼의 기우진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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