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인사동도 '일제 잔재'...옛이름 되찾을 수 있을까?

[자막뉴스] 인사동도 '일제 잔재'...옛이름 되찾을 수 있을까?

2019.02.25. 오전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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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를 품고 있는 시골 마을.

산 모습이 거북이를 닮아 조상들이 한자 '거북 구'를 써 이름 붙인 구산동입니다.

하지만 이 마을의 행정구역상 정식 주소는 한자 '아홉 구'가 들어간 구곡리입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바뀐 행정구역 명칭이 지금까지도 백 년 넘도록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임일수 / 마을 주민 : 이순신 장군 거북선 때문에 일본군이 패한 거 아닙니까. 패해서 '거북 구' 한자를 못 쓰게 했다고 합니다. '거북 구'는 다 없애버리고 딴 글자로 바꾸든지 지명을 바꾸든지 그렇게 했다는 거예요.]

전통의 멋이 담긴 관광 명소, 인사동은 일본이 마음대로 바꾼 대표적인 합성 지명입니다.

지난 1914년 창지개명 당시 관인방과 대사동 지역을 합치면서, 두 지명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만들었습니다.

원래 인사동 일대 마을은 절골이라는 토박이 땅이름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곳 탑골공원이 있는 원각사, 즉 큰 사찰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현재 인사동이라는 지명에서는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일제에 의해 왜곡된 땅이름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한때 유행처럼 반짝했을 뿐, 꾸준히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읍·면·동 등의 행정구역명을 바로잡아야 할 곳은 행정안전부.

지난 2006년 당시 행정자치부는 일제 잔재를 뿌리 뽑겠다며 개정 대상 지역 31곳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14곳을 바꾸고는 5년째 손을 놓고 있습니다.

충남 논산 왕암리 등 나머지 17곳은 지금도 일제식 지명이라는 오명을 쓴 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 저번에 준 (2006년도) 자료가 마지막일 겁니다. 그때 했던 거고요. 그 이후 자료는 저희가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산과 강 같은 자연 지명을 개정해야 할 곳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

지난 1987년 일제 강점기 왜곡 지명 정비 작업을 정부 차원에서는 사실상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87년 그해에 한강 제1 중지도가 노들섬으로, 제2 중지도가 선유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32년 동안 고작 53곳의 옛 이름을 되찾은 게 전부입니다.

지난 2013년 일제 강점기 때 고유 지명이 지워진 주왕산 폭포들의 이름을 되돌린 뒤에는 한 건도 없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 : (바꿔야 할 곳이) 대략 200여 건 정도 되는데, 지자체에서도 지명위원회를 개최해서 (안건이) 올라와야 하는데 당장 시급한 건이 먼저 올라오니깐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에 의해 오염된 지명들.

역사적 의미가 축소되고, 전통이 지워진 우리 터의 옛 이름을 되돌리는 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취재기자ㅣ차정윤
촬영기자ㅣ김태형
VJㅣ이경만
자막뉴스ㅣ서미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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