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폐기 대상' 온누리상품권 버젓이 유통...범인은 없다?

단독 '폐기 대상' 온누리상품권 버젓이 유통...범인은 없다?

2019.02.21. 오전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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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통시장에서 쓰는 온누리상품권은 돈이나 마찬가집니다.

부정한 사용을 막기 위해 은행으로 돌아오면 모두 폐기하는데요.

그런데 폐기됐어야 할 온누리상품권 백여 장이 시중에 다시 유통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차정윤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5월 올라온 온누리상품권 폐기 용역 공고입니다.

소상공인이 돈으로 바꿔 간 상품권을 폐기하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올린 겁니다.

한 업체가 낙찰을 받았고 순조롭게 진행된 줄 알았던 폐기 작업.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폐기된 줄 알았던 온누리상품권이 지난해 말 다시 은행으로 회수된 겁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 : 유통이 됐으니까요. 유통이 되면 결국 환전 요청이 들어오잖아요. 저희가 확인을 해서 해당 건을 다 확인을 해서….]

일련번호로 확인된 것만 만 원권 114장.

공단은 일단 폐기업체를 의심하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 : (자세한 내용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할 부분이거든요. 감사실에서도 저희한테 알려줄 수 없다고 해서….]

114장을 환수하면서 폐기업체로부터 돈도 돌려받았지만, 아직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은 채 재유통되는 폐기 상품권이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담당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공단은 뒤늦게 상품권 폐기를 용역업체가 아닌 은행이 맡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지난 2009년부터 도입한 온누리상품권.

해마다 발행 금액만 수천억 원에 이르지만, 처음으로 재유통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습니다.

YTN 차정윤입니다.

[앵커]
온누리상품권이 다시 유통됐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증거가 없다는 건데, YTN 취재진이 폐기업체를 찾아갔더니 어이없게도, 내부에선 유출한 직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한동오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

불과 한 달 만에 폐기업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업체가 상품권을 빼돌린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경찰 관계자 : 상품권 같으면 받을 때마다 스캔을 하잖아요, 바코드로. 이거는 시장에서 재사용이 되잖아. 언제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어느 은행으로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거야.]

하지만 폐기업체 내부에선 누가 빼돌렸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YTN 취재진이 만난 폐기업체 간부는 하청업체인 재활용센터 직원이 40여 장을 빼돌렸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파쇄기에 상품권을 상자째로 넣다 보니 일부가 갈리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데 담당자가 이를 발견하고 유출했다는 겁니다.

[폐기업체 관계자 : 파쇄를 하고 재활용센터를 보냈는데 재활용센터에서 보니까 파쇄가 안 된 게 있었나 봐요. 재활용센터 직원이 그걸 가지고 유출해서 유통시켰는데 그거 관련해서 보상을 다 했고….]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경찰.

유출된 상품권 114장을 토대로 은행에서 상점, 상점에서 고객 순으로 추적 조사할 수 있었지만 시도조차 안 했습니다.

온누리상품권이 현금처럼 돌고 돌기 때문에 지레 범인을 찾을 수 없을 거라 단정한 겁니다.

폐기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의 통신내역 조회도 없었고, 유출자를 찾을 수 없다고 둘러대는 폐기업체 말만 믿은 겁니다.

[경찰 관계자 : (폐기 담당한 직원들 통신 내역 조사는 없었나요?) 그건 통신 내역 해봤자 아무것도 안 되죠. (폐기업체) 자체 감사팀 같은 게 있는데 거기서 조사해도 (유출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폐기업체의 잘못된 선택과 정부의 관리 태만 여기에 경찰의 부실 수사까지 맞물리면서 유출된 상품권은 있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없는 어이없는 결론으로 마무리됐습니다.

YTN 한동오[hdo8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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