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MB정부 민간인 사찰 수사 축소·은폐"

[취재N팩트] "MB정부 민간인 사찰 수사 축소·은폐"

2019.01.29.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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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정부 시절 벌어진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시 검찰 고위 관계자가 진상조사 결과를 반박하고 나서 진실공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들어봅니다. 양일혁 기자!

우선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부터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사건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08년 김종익 당시 KB한마음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이를 빌미로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방위 사찰과 압력이 이어졌고, 김 대표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2년 뒤인 2010년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김 전 대표 말고도 정치권과 언론계, 노동계 등을 두루 겨냥한 불법사찰 의혹이 줄줄이 드러났지만, '윗선'을 밝히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 지시가 있었고 입막음용 '관봉'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지만 역시나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는 미흡했습니다.

[앵커]
당시 수사 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점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가 결국 진상조사가 이뤄졌는데요,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한마디로 수사는 미진했고, 축소·은폐 가능성도 있었다는 겁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세 차례 진행된 검찰의 수사 과정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과거사위는 김종익 씨가 대통령 명예 훼손 혐의로 수사받을 때부터 검찰이 불법사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총리실의 자체 조사로 시작된 1차 수사 때는 수사 의뢰 뒤 3일 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져 증거인멸의 빌미를 줬다고 판단했습니다.

민간인 사찰에 관여한 인물들의 대포폰 통화 내역이 수사기록에서 누락돼 청와대 윗선 개입을 은폐하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봤습니다.

2차 수사 역시 핵심 인물인 진경락 과장의 체포영장 청구 시기를 총선 이후로 늦춰 혐의 입증 자료 확보를 어렵게 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앵커]
민간인 사찰 관련 수사 당시 핵심 증거물이 사라졌던 사실이 새로 드러나기도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2012년 2차 수사 때 있었던 일입니다.

검찰이 김경동 주무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해 USB 메모리 8개와 외장하드, 수첩 등을 확보했는데요.

USB에는 청와대를 의미하는 'BH보고'라는 폴더와 관련 문건들이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핵심 증거였는데요.

이 가운데 USB 7개의 행방이 지금까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당시 USB 8개가 대검 중앙수사부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당시 중수부의 행위가 수사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감찰이나 수사를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은 입장문을 통해 당시 USB를 수사팀에 인계했다며 과거사위 결론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앵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 사찰은 지난 2008년 YTN 사장 선임 과정과 해직 사태까지 관여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진상조사 결과도 언급됐는데,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YTN 노조는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고소장을 냈습니다.

이명박 정권 차원의 불법 사찰로 언론사를 통제하고 그 결과 6명이 부당하게 해직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09년 원충연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무관이 작성한 문건 등이 근거였습니다.

문건을 보면 배석규 당시 YTN 사장 직무대행을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이는 인물이라고 노골적으로 평가하고, 한 달 만에 노조의 경영 개입을 차단한 점 등을 호평하며, 정식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2년간 수사를 끌던 검찰이 내린 결론은 '무혐의'로 끝났습니다.

과거사위가 당시 상황을 들여다봤더니 검찰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다가 공소시효가 다가오자 급하게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과거사위의 진상조사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수사 과정의 의혹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습니다.

하지만 밝히지 못한 부분도 있을 텐데,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당시 청와대 등의 개입이 있었는지는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압수수색이나 체포 시기 지연, 대포폰 수사 기록 누락 등 부실 수사에 검찰 고위직이나 청와대 등 윗선 개입 가능성이 의심되긴 하지만 진상규명은 불가능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수사 당시 법무부와 검찰 고위 간부, 청와대 고위직 공무원 등이 조사단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진상조사단은 비선조직이 정권에 비판적인 민간인 등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검찰이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를 소극적으로 진행해 오히려 정치권력을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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