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고통의 역사에 침묵한다면, 야만의 역사는 계속된다"

[와이파일]"고통의 역사에 침묵한다면, 야만의 역사는 계속된다"

2019.01.21.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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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고통의 역사에 침묵한다면, 야만의 역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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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고통의 역사에 침묵한다면, 야만의 역사는 계속된다"

[人터view]는 사람과 공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YTN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이번에는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이철 대표와 김원중 일본 지바상과대학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1970년대 '재일교포유학생간첩 조작 사건'을 조명했습니다.

[와이파일]"고통의 역사에 침묵한다면, 야만의 역사는 계속된다"

▲2018년 12월 28일 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시상식.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이철 대표, 민향숙 여사, 김원중 교수가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국정 농단의 주역 김기춘이 기획하고, 사법 농단 피의자 양승태가 유죄 판결을 내린 국가에 의한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평생 꽃길만 걷던 조작의 주인공들은 아직까지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들에겐 잊혀진 역사일지 모르겠지만, 청춘을 빼앗긴 피해자들은 일생을 고통 속에 신음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상하러 모국에 돌아온 이철, 김원중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두 분의 말씀을 듣는 내내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가공의 야만인을 만들어 놓고, 공포 정치로 일관했던 군사 독재 시절. 진짜 야만인은 바로 야만인을 조작한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세상이 좋아져 야만의 역사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문과 조작으로 만들어진 증거에 의해 유죄를 선고 받았던 분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을 잊지 않는 것임을 절감합니다. 다시 야만의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 역사를 배우는 이유일 것입니다.

“고통의 역사에 침묵한다면, 야만의 역사는 계속된다”
이번 주 인터뷰의 행간입니다.




▲ [人터view] 조작과 조국의 경계에 선 사람들 편. YTN 방송 캡처

서슬 퍼런 군사 독재 시절. 중앙정보부와 보안사 등의 권력기관이 정권의 유지를 위해 조작해 낸 간첩단 사건이 있습니다. 1970년대 수많은 재일 동포 유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아 청춘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입니다. 재일 동포 2세로 태어나 이방인이라는 설움을 이겨내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돌아온 조국에서 간첩이 되어버린 이들이 최근 재심을 통해 속속 무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조작의 주역은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을 맡고 있던 김기춘 씨. 그가 발표한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인 11.22 사건(1975년 11월 22일)의 피해자들이 모여서 만든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대표 이철)'이 최근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상했습니다.

2018년 12월 28일 열린 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시상식에서 이철 대표는 수상 소감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권력기관에 의해서 간첩이 되고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이다. 수많은 민주화 유공자들이 주시는 이 상을 통해 그동안 조국을 향해 품어왔던 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사과를 받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 잘못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일, 사법 농단의 주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민사지법과 서울형사지법에 근무하며 12건의 긴급조치 재판을 담당했습니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등에서 유죄판결을 내린 전력이 있습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획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한 '학원침투 간첩단 사건'은 지난 2011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정부와 사법부에서 요직을 맡으며 꽃길만 걷던 김기춘, 양승태 씨는 최근 국정 농단과 사법 농단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구속되거나 구속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사법 농단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시철우[shichulwo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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