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판매자 "미군 PX 물건, 100% 정품으로 우리에게는 사업"
전달책 "80살에 소일거리로… 하루 일당은 3만 원"
의사 "성분·용량 알 수 없어...쥐도 새도 모르게 사망할 수도"
경찰 "전단지 배포는 경범죄처벌법 적용 가능, 범칙금은 5~8만원…"
남자라면 지하철, 버스터미널, 상가 등의 화장실에서 한 번쯤 마주하는 전단이 있다. 작은 명함 속에는 100% 정품임을 강조하는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등의 발기부전치료제는 물론이고 '강한 남성'을 만들어준다는 온갖 성기능개선제에 대한 광고가 가득하다.
판매자와 약의 정체, 경찰 단속 여부 등을 확인하고자 전단의 뒤를 쫓아봤다.
◆판매업체 4곳에 연락, 서울 시내 어디든 1시간 내 배송
지하철과 버스터미널, 상가 등의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수거한 결과, 총 업체 4곳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번호만 다르고 모두 같은 업체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업체별로 가격과 취급 품목은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전화통화를 통해 정품과 부작용 여부를 묻자 "요새 가짜 팔면 밥 굶어 죽는다" "10년 이상 문제없이 판매해왔다" "우리도 사업이라고 하는 것" "미군 PX에서 유통되는 물건"이라며 유사한 반응이 돌아왔다.
구매와 배송 절차는 모든 업체가 동일했다. 구매 시 지하철역을 지정하면, 1시간 내외로 약을 직접 배송해준다는 것. 구매는 오로지 현금으로만 가능했다.
◆전달책은 고령 노인·신용불량자 등… "불법인 거 알지만 할 일이 없어"
약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실제 주문을 통해 물건 구매를 시도했다. 다양한 약 중 100% 미국 정품임을 강조하며, 발기부전 개선과 전립선 완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아드레닌'이라는 상품을 주문했다.
전달책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이른 오후 서울 시내 강남역 11번 출구 앞. 약속 시각을 조금 넘기자 수많은 인파를 뚫고, 7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익숙한 듯 약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
"전문의약품을 이런 식으로 거래하는 건 불법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거는 괜찮다. 끝까지 책임지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답변을 해왔다. 이어 "나이 든 사람들은 혈액 순환제의 일환으로 복용한다"며 효능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이후 다른 전달책에게는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자신을 80대 노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의약품 판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큰 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80살이 넘어서 이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루에 명함 100장~ 150장을 돌리고 받는 돈은 3만 원"이며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두 사람 정도에 배송을 하러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판매책이나 공급처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뇨기과 전문의 "성분·용량 확인 불가… 저혈압으로 사망할 수도"
"너무나 조잡하다" 비뇨기과 전문의인 윤장호 원장은 약을 보자마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드레닌이라는 의약품은 존재하지 않으며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등 정품 의약품에 비해서도 크게 비싸다는 것.
윤 원장은 "어떤 성분을 얼마나 넣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연세가 많거나 몸이 좋지 않은 사람, 다른 약을 먹고 있는 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경우, 전산화되어 있는 환자 정보를 토대로 복용 지도를 하므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만 정체불명의 불법 의약품은 약물 사고의 온상이 된다는 것.
이처럼 자칫하면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불법 성기능개선제가 음성적으로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 원장은 "발기부전이 없는 젊은이들도 특정한 날에 이용하기 위해 약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약이 필요 없는 사람들까지 약을 찾다 보니 공급하는 이들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 또한 병원을 찾아 약을 사는 것 자체를 꺼리는 이들이 많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어 "비아그라와 시알리스가 전문의약품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광고만 보고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구매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통해 건강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버젓이 널려 있는 전단, 경찰 대응은 미온적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성기능개선제까지, 불법 의약품을 버젓이 홍보하는 이러한 전단들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무엇일까?
경찰의 반응은 대체로 미온적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획 수사가 아니라면 이런 경우는 광고물 무단 부착이나 쓰레기 투기 등의 경범죄로만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범칙금은 5~8만 원 정도였으나 이마저도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았다.
반면 성매매 전단이나 대부업 전단의 경우, 광고물 배포 처벌은 물론이고 알선책에 대한 주기적인 수사와 단속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성기능개선제의 경우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를 보면 수사로 넘어가긴 하지만, 전단 자체만으로는 경범죄 처벌법으로만 적용해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판매자의 돈 욕심과 손쉬운 욕망에 빠진 구매자 이외에도 범죄를 뿌리 뽑기 어려운 이유가 또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정체불명의 이 약은 오늘도 음지에서 '강력한 효능'과 '뛰어난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불법 성기능개선제에 대해 다룬 [쏘맥뉴스]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취재 :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촬영 : 박태호 PD (ptho@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전달책 "80살에 소일거리로… 하루 일당은 3만 원"
의사 "성분·용량 알 수 없어...쥐도 새도 모르게 사망할 수도"
경찰 "전단지 배포는 경범죄처벌법 적용 가능, 범칙금은 5~8만원…"
남자라면 지하철, 버스터미널, 상가 등의 화장실에서 한 번쯤 마주하는 전단이 있다. 작은 명함 속에는 100% 정품임을 강조하는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등의 발기부전치료제는 물론이고 '강한 남성'을 만들어준다는 온갖 성기능개선제에 대한 광고가 가득하다.
판매자와 약의 정체, 경찰 단속 여부 등을 확인하고자 전단의 뒤를 쫓아봤다.
◆판매업체 4곳에 연락, 서울 시내 어디든 1시간 내 배송
지하철과 버스터미널, 상가 등의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수거한 결과, 총 업체 4곳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번호만 다르고 모두 같은 업체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업체별로 가격과 취급 품목은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전화통화를 통해 정품과 부작용 여부를 묻자 "요새 가짜 팔면 밥 굶어 죽는다" "10년 이상 문제없이 판매해왔다" "우리도 사업이라고 하는 것" "미군 PX에서 유통되는 물건"이라며 유사한 반응이 돌아왔다.
구매와 배송 절차는 모든 업체가 동일했다. 구매 시 지하철역을 지정하면, 1시간 내외로 약을 직접 배송해준다는 것. 구매는 오로지 현금으로만 가능했다.
◆전달책은 고령 노인·신용불량자 등… "불법인 거 알지만 할 일이 없어"
약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실제 주문을 통해 물건 구매를 시도했다. 다양한 약 중 100% 미국 정품임을 강조하며, 발기부전 개선과 전립선 완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아드레닌'이라는 상품을 주문했다.
전달책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이른 오후 서울 시내 강남역 11번 출구 앞. 약속 시각을 조금 넘기자 수많은 인파를 뚫고, 7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익숙한 듯 약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
"전문의약품을 이런 식으로 거래하는 건 불법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거는 괜찮다. 끝까지 책임지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답변을 해왔다. 이어 "나이 든 사람들은 혈액 순환제의 일환으로 복용한다"며 효능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이후 다른 전달책에게는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자신을 80대 노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의약품 판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큰 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80살이 넘어서 이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루에 명함 100장~ 150장을 돌리고 받는 돈은 3만 원"이며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두 사람 정도에 배송을 하러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판매책이나 공급처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뇨기과 전문의 "성분·용량 확인 불가… 저혈압으로 사망할 수도"
"너무나 조잡하다" 비뇨기과 전문의인 윤장호 원장은 약을 보자마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드레닌이라는 의약품은 존재하지 않으며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등 정품 의약품에 비해서도 크게 비싸다는 것.
윤 원장은 "어떤 성분을 얼마나 넣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연세가 많거나 몸이 좋지 않은 사람, 다른 약을 먹고 있는 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경우, 전산화되어 있는 환자 정보를 토대로 복용 지도를 하므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만 정체불명의 불법 의약품은 약물 사고의 온상이 된다는 것.
이처럼 자칫하면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불법 성기능개선제가 음성적으로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 원장은 "발기부전이 없는 젊은이들도 특정한 날에 이용하기 위해 약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약이 필요 없는 사람들까지 약을 찾다 보니 공급하는 이들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 또한 병원을 찾아 약을 사는 것 자체를 꺼리는 이들이 많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어 "비아그라와 시알리스가 전문의약품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광고만 보고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구매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통해 건강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버젓이 널려 있는 전단, 경찰 대응은 미온적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성기능개선제까지, 불법 의약품을 버젓이 홍보하는 이러한 전단들에 대한 경찰의 입장은 무엇일까?
경찰의 반응은 대체로 미온적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획 수사가 아니라면 이런 경우는 광고물 무단 부착이나 쓰레기 투기 등의 경범죄로만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범칙금은 5~8만 원 정도였으나 이마저도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았다.
반면 성매매 전단이나 대부업 전단의 경우, 광고물 배포 처벌은 물론이고 알선책에 대한 주기적인 수사와 단속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성기능개선제의 경우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를 보면 수사로 넘어가긴 하지만, 전단 자체만으로는 경범죄 처벌법으로만 적용해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판매자의 돈 욕심과 손쉬운 욕망에 빠진 구매자 이외에도 범죄를 뿌리 뽑기 어려운 이유가 또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정체불명의 이 약은 오늘도 음지에서 '강력한 효능'과 '뛰어난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불법 성기능개선제에 대해 다룬 [쏘맥뉴스]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취재 :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촬영 : 박태호 PD (ptho@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