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의 훈장, 지금도 받는 한국인

을사오적의 훈장, 지금도 받는 한국인

2018.12.13. 오후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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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석원 앵커
■ 출연 : 고한석 / 기획이슈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청각장애인 자막 방송 속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이라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일본 최초의 훈장으로일제 강점기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5적 등친일파가 받았던 훈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우리나라 일부 외교관과 정치인, 경제인이 이 훈장을 받고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일단 욱일장이라는 훈장인데 지금 화면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욱일장이라는 훈장이 어떤 훈장입니까?

[기자]
메이지 시대 1875년에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훈장입니다. '욱일'은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뜻이죠. 훈장 모양도 가운데 붉은 동그라미에서빛이 뻗어 나가는 형상입니다.

국가와 공공의 공익에 이바지한사람에게 수여한다는 것이 취지인데, 역설적이게도 일본이 침략전쟁을 벌이던 시기에는주로 군인들이 받았습니다.

[앵커]
그럼 일본 제국주의의 선봉에 섰던 군인, 전범들도 다 받은 거겠네요?

[기자]
대표적인 A급 전범으로일본이 패전한 뒤 교수형을 당했죠. 태평양 전쟁을 이끈도조 히데키라는 사람도 이 욱일대수장을 받았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사진 속 남자입니다. 가슴에 달린 훈장 중하나가 욱일대수장입니다.

러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해군 대장 도고 헤이하치로도 같은 훈장을 받았습니다.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당해 죽은이토히로부미 역시 운일대수장을 가슴에 걸었죠.

[앵커]
흥미로운 부분이 을사오적도 욱일 훈장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이완용, 이근택, 박제순 등 을사오적 모두 욱일대수장을 받았습니다. 이완용은 1907년 대한제국 군대 해산으로 이어진'정미늑약'을 체결한 공을 인정받아훈장을 받았는데요.

지금 보고 계신 사진,이완용 가슴에 걸린 커다란 훈장 가운데하나가 바로 욱일대수장입니다. 이토히로부미가 받았던 것과 같은훈장입니다.

[앵커]
혹시 을사오적 말고 다른 인물들은 받은 적 없습니까?

[기자]
을사오적 말고도 정미칠적 가운데 하나인 이병무 등이 받았습니다. 이른 날린 친일파라면 대부분은다양한 등급의 욱일장을 받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앵커]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훈장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치욕적인 훈장일 텐데요. 그런데 해방 후에도이 훈장이 우리 국민에게 수여됐다고요? 어떤 내용일까요?

[기자]
1999년 11월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가박태준 자민련 총재를 불러축하연을 열었습니다. 당시 박 총재가 한일 우호친선에 이바지한 공로로 일본 정부로부터 훈1등 욱일대수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등급이 높은욱일대수장 수상자만 보면 주일 대사 출신이 많습니다. 이병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유흥수 씨 등이받았습니다.

유명환 장관은 최근 사법 농단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았죠.일제 강제 징용 재판을 지연시키는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유흥수 전 주일 대사의 경우에는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역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앵커]
주로 전 일본대사가 많고 또 고위 인사들이 많은데 정치인은 따로 없습니까?

[기자]
정치인으로는 전두환, 노태우 시절 부총리를 지낸 이승윤 씨가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에서유신정우회 회원으로 국회에 입문했죠. 이 밖에도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있고요. 최근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욱일장을 받았습니다. 경제인 가운데는 손경식 경총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이 있습니다.

[앵커]
아는 이름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고 또 사회 지도층들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이렇게 훈장을 받을 때 전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던가요?

[기자]
대부분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취재가 된 인사들은 친일파가 받았던 사실, 또 훈장의 기원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앵커]
욱일 하면 욱일기부터 떠오르는데 보통 티셔츠 관련된 것도 입으면 문제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문제 의식이 없었다는 건 의아한 부분인데요.

[기자]
욱일기로 대표되는'욱일'이라는 문양 자체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자 우리에게는 너무나 아픈 역사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단순히 일본 정부가 주는 훈장이라고만생각했다는 자체가 씁쓸합니다. 특히 받은 사람들이 명망 있는 사회 지도층이라 더 그렇겠죠.

[앵커]
혹시 비슷한 다른 해외 사례는 없습니까?

[기자]
슷한 해외 사례, 비교할 만한 해외 사례가 한 가지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철십자 훈장인데요. '철십자'는 일본의 '욱일'과 마찬가지로전통 문양입니다. 십자군 전쟁 때부터 썼다고 하고요.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독일은 전쟁 범죄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철십자 훈장을 폐지했습니다.

[앵커]
설령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히틀러의 훈장을 받을 프랑스 사람은 없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프랑스가 나치 부역자를 얼마나 철저하게처단했는지 생각하면 가정법이긴 하지만 철십자 훈장 받을프랑스인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별다른 거부감 없이 일본 제국주의 시설 훈장을 받은 이면에는, 친일의 역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주로 훈장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역사 의식, 문제 의식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좀 문제인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욱일훈장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고한석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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