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기각...검찰 반발

[취재N팩트]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기각...검찰 반발

2018.12.07. 오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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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검찰은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하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오늘 새벽에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죠.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할 때는 한결 가벼운 표정이었어요?

[기자]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서울구치소에 있던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이 새벽 1시쯤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을 때, 그리고 심사를 마치고 나올 때 모두 굳은 표정이었고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는데요.

영장 기각 이후에는 두 전직 대법관 모두 한결 가벼운 표정이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재판부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고, 고영한 전 대법관은 취재진에게 추우니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박병대 / 前 대법관 : (전직 대법관 신분이 결정에 영향 미쳤다고 보십니까?) 재판부 판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외에 드릴 말씀 없습니다.]

[고영한 / 前 대법관 : (영장 기각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추위에 고생들 많습니다. 다음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앵커]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는 뭔가요?

[기자]
심사를 맡았던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각각 기각 사유를 밝혔는데요.

공통으로 두 전직 대법관의 범죄 관여 범위나 정도, 공모 관계의 성립이나 공모 여부에 대한 의문을 기각 사유로 들었습니다.

앞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차장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또 검찰이 이미 많은 증거를 확보해 이들이 증거를 없앨 우려가 적고 수사 진행 경과를 볼 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박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 사유로 '가족 관계'가 고려됐습니다.

알고 보니 어제 심문에서 박 전 대법관은 '어머니가 문에 기대어 서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 '기문이망'을 언급하면서 "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판사님께 달렸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검찰의 강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영장 기각 결정이 난 직후 검찰은 바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게 상식이라며, 하급자인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건 매우 부당하다고 비판했는데요.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범죄의 전모를 규명하는 걸 막는 행위라고도 반발했습니다.

검찰은 결과를 정해 놓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장 재청구 등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을 앞두고 기각 결정이 나온 만큼,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기자]
검찰은 행정처 업무가 차장에서 처장, 그리고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보고가 이뤄지는 체계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벌여 왔습니다.

임 전 차장에 대해서는 법원도 범죄가 상당히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공모 관계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두 전직 대법관이 임종헌-양승태 사이 연결고리라는 논리에 대해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셈입니다.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하고 보강 수사를 한 뒤 곧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려던 검찰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또 발부 사유만 보면 법원이 이번 사건을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즉 실무진 선에서 꼬리를 자르려는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는데요.

특별재판부 등 이미 법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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