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임종헌 공소장에 '양승태' 윗선 보인다...'대법원장' 105번 등장

[취재N팩트] 임종헌 공소장에 '양승태' 윗선 보인다...'대법원장' 105번 등장

2018.11.15. 오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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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어제 '실무 책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YTN이 입수한 공소장 내용을 보면, 임 전 차장 공소장에는 '대법원장'이라는 단어가 100번 넘게 등장해 사실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개입 지시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임종헌 전 차장이 어제 구속기소 됐죠.

공소장이 공개됐는데 240쪽이 넘는 분량이라고요?

[기자]
사법 농단 의혹의 실무 책임자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어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저희가 공소장을 입수했는데, 분량이 243페이지에 이릅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보다도 많은 분량입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범죄사실을 항목별로 자세히 나눠 분류했습니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등 8가지 죄명을 적용했고 30여 가지의 범죄사실을 기재했습니다.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를 위해 강제징용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점이 주요 혐의로 등장합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을 사찰해 불이익을 가하고 부산 법조비리 사건을 은폐했다는 혐의 등도 공소장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공소장에 '대법원장'이라는 단어가 100번 넘게 등장한다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까?

[기자]
네, 공소장을 분석해 보니 대법원장이 언급된 횟수만 105번에 이릅니다.

주요 혐의마다 대법원장이 등장해서 사실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된 부분이 있습니다.

2016년 9월에 임종헌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강제징용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임 전 차장은 이를 외교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판결을 뒤집을 방안에 대해 논의합니다.

회의를 마친 뒤 논의 과정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전교조 사건과 관련된 내용도 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각급 법원과 대법원 재판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국정운영의 동반자라는 평가를 얻은 뒤,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도입 등에 대해 청와대 협조를 얻기로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상고법원과 재외공관 법관 파견 등 사법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청와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임종헌 전 차장과 함께 재판개입 등 사법농단에 관여한 공범으로 적시했습니다.

[앵커]
그 외에도 공소장을 통해 새롭게 알려진 사실들이 있는데요. 어떤 점을 주목해서 보면 될까요?

[기자]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여러 이름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공소장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에 구체적인 지시를 내립니다.

"위안부 재단이 6월 설립되고 일본에서 약속한 대로 돈을 보낼 전망이니 한두 달 뒤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8월 말까지 끝내라"는 내용입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해결이 가시화되자 강제징용 소송 문제도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인복 전 대법관 이름도 등장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옛 통합진보당의 재산 관련 재판개입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공소장에 드러나 있습니다.

검찰은 이 전 대법관이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 결정 직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을 넘겨받아 선관위 실무진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의 상고심 주심을 맡았던 민일영 전 대법관이 비공개로 소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민 전 대법관을 상대로 박근혜 청와대의 요구사항이 재판에 반영됐는지 등을 물었고, 민 전 대법관은 통상적인 재판 절차대로 진행됐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직 대법관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건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앵커]
검찰이 다음 주 월요일 박병대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임 전 차장의 '윗선'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면 될까요?

[기자]
네, 수사 선상에 오른 전직 대법관 가운데 첫 공개 소환입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부터 2년 가까이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재판을 미루는 데 개입한 의혹 등을 받습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의 공범으로 보는 인물로, 본격적인 윗선 수사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은 앞서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고, 박 전 대법관에 이어 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공개 소환할 계획입니다.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임 전 차장의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앞서 비공개 소환된 차한성 전 대법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비밀 회동에서 나온 강제징용 재판 연기 요청 등 주요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도 전해졌는데요.

검찰은 전직 대법관을 차례로 불러 조사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공개 소환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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