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도 '막막'...소멸시효는?

[중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도 '막막'...소멸시효는?

2018.11.03. 오전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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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판개입 의혹을 받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서 전범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을 뒤집겠다는 양승태 사법부의 계획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도 배상 요구를 위한 소송을 추가로 낼 수 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권남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3년 12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삼청동 공관에서 비밀스런 회동이 이뤄졌습니다.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과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이 모여 강제징용 재판 연기를 논의했습니다.

[김기춘 / 前 대통령 비서실장(지난 8월) : (석방 뒤 검찰에 다시 소환되셨는데 심경 어떠신가요?)…. (강제징용 재판 지연 관련해 사법부와 교감한 적 있습니까?)….]

회동 직후, 법원행정처는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2015년 5월로 규정한 뒤, 강제징용 피해자 20만 명에게 한 사람당 1억 원씩 지급할 경우 일본 전범 기업들이 부담할 금액이 모두 20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양승태 대법원이 전범 기업의 배상 금액을 줄여주려고 일부러 재판을 미뤘는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년 뒤, 대법원은 전범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지난달 30일) :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비용은 피고(신일본제철)가 부담한다.]

문제는 배상 청구권이 사라지는 소멸시효가 언제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손해를 알게 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지난다는 현행법을 토대로.

피해자가 승소한 지난 2012년 대법원 선고를 기준 삼아, 2015년 5월에 이미 시효가 지났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와 달리, 지난달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으니 소멸시효 역시 앞으로 3년 뒤인 2021년 10월까지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섭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이미 소송에 참여한 84명을 제외한 나머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겁니다.

[김세은 / 법무법인 해마루(강제징용 피해자 변호인) : 사법 농단 사태가 있었습니다. 국가의 적극적인 방해 행위가 있었고요. (2012년부터) 권리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뼈만 앙상히 남은 이 조각상처럼 일본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법원 판결로 일부 피해자들은 소송에서 이겼지만 아직 꼬여 있는 소멸시효 문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YTN 권남기[kwonnk0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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