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유일한 생존자 "정당한 판결해야"

일제 강제징용 유일한 생존자 "정당한 판결해야"

2018.10.27. 오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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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 다음 주 대법원에서 선고됩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지난 2005년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만입니다.

소송의 원고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를 신지원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올해 아흔일곱 살인 이춘식 할아버지는 70여 년 전, 일본 제철소로 끌려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메케한 석탄 먼지에 밤낮으로 혹사당했지만, 제대로 된 급여 한 푼 쥐어본 적 없습니다.

[이춘식 / 강제징용 피해자 : 일본 지배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어. 죽으나 사나 뼈가 끊어질 만큼 힘들어도 거기서 생활 유지했지.]

평생을 가슴에 묻어두다 지난 2005년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는 소식에 이 씨도 원고 측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났습니다.

한때 법원이 1억 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확정을 미루는 사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이 씨 홀로 남았습니다.

[김영순 / 국가보훈청 섬김이 (이춘식 할아버지 담당) : (재판이) 계속 미뤄지는 거예요. 판사가 어떤 이유로든…. 할아버지는 답답하니까 이것 가지고 참 힘들어하셨어요.]

그런데 최근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재판이 늦어진 이유가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가 강제 징용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1965년 박정희 정권 당시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우리 국민이 청구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일본의 주장을 재판에 반영하려던 겁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시 법원행정처장과 대책 회의를 하고, 대법원은 소송 규칙까지 새로 만들며 외교부의 의견서를 검토하는 등 시간을 끌었습니다.

최후의 보루로 믿었던 사법부가 해외 법관 파견 등 이익을 챙기려고 재판을 이용했다는 생각에 이 씨는 허탈하기만 합니다.

[이 춘 식 / 강제징용 피해자 : 이렇게 할 거면 재판 뭐 하려 해. 이렇게 할 거면 뭐하러 재판하느냐고. 안 주려고 못 받고 이럴 줄 알았으면 뭐하러 재판을 시작했겠냐 그 말이야.]

대법원은 결국, 정권이 바뀐 지난 7월에야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겼고, 오는 30일 최종 선고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기나긴 싸움이 곧 끝날 거란 기쁨도 잠시, 일본 정부는 전범 기업에 배상 책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김세은 / 강제징용 피해자 측 변호인 (지난 24일) : 일본 정부가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면 그것이 마치 외교적 분쟁을 촉발하는 것처럼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강제징용 재판에 쏟은 세월은 어떻게 보상받을지 막막하기만 한 가운데, 이번 대법원 선고라도 상식에 맞는 정당한 결론이 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춘식 / 강제징용 피해자 : 정당한 판결문을 가지고 판결을 받았는데 대한민국에서 가부를 결정해줘야지.]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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