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53] 갑자기 맞닥뜨린 '알레르기 공포'...검사해보니

[해보니 시리즈 53] 갑자기 맞닥뜨린 '알레르기 공포'...검사해보니

2018.10.2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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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53] 갑자기 맞닥뜨린 '알레르기 공포'...검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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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개 키운 가족, 알고 보니 '개 알레르기'

우리나라 인구 20~30%는 알레르기 질환 가지고 있어

주변 병원에서 쉽게 검사 가능..'원인 인자'를 알아야 예방

알레르기 환자에 대한 학교·식당 등 주변의 배려 필요해



지난 8월, 이유를 알 수 없던 아버지 재채기의 원인이 밝혀졌다. 알레르기 검사 결과 아버지는 '개 알레르기' 환자였다. 우리 집은 20년째 개를 키우고 있는 유서 깊은 애견 집안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어머니는 남편에게 "어쩔 수 없으니 당신이 집을 나가라"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런 일도 있었다. 학창시절 함께 육식을 즐겼던 고등학교 동창 한 명이 갑자기 주문할 때마다 종업원에게 "혹시 여기 돼지고기나 돼지 뼈 국물이 들어가나요?"라고 묻기 시작했다.

이슬람으로 개종이라도 한 거냐는 내 질문에 동창은 한숨을 쉬며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30년 만에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고 보니 두드러기와 피부 질환으로 오래 고생했던 친구의 얼굴은 돼지고기를 끊고 눈에 띄게 말끔해졌다.

주변에서 그간 몰랐던 알레르기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연이어 듣고 나니 요즘 온몸이 간지럽고 두드러기가 나는 이유가 혹시 동물이나 집 먼지 알레르기 때문이 아닐지 의심됐다. 집에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는 집사의 몸이라, 만약 원인이 고양이 알레르기라면 약을 처방받아야 했다.

곧바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알레르기 검사를 진행했다. 알레르기 검사는 크게 채혈 검사와 피부 반응 검사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나는 MAST 알레르기 검사를 택했는데 여러 종류의 특이 IgE항체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검사법으로 채혈로 총 93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한 IgE(면역글로불린 E)항체 반응을 알아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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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면역 체계는 무해한 물질을 몸에 유해하다고 오판한다. 이 경우 면역 체계는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IgE를 생산하고, IgE 항체는 특정 물질과 다시 접촉이 이루어지면 IgE 혈중 농도가 증가하면서 알레르기 반응(두드러기, 붓기, 가려움 등)을 보인다.

알레르기 검사는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쉽게 할 수 있으며 비용은 3~4만 원 정도다. 피를 뽑고 3일 정도를 기다리자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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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나왔는데요?"

검사 결과는 허무하게도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93종 가운데 햄스터에게만 1단계 반응이 나타났는데, 의학적으로는 1단계까지는 정상으로 보고 2단계부터 유의미한 숫자로 본다. 수 이비인후과 정병관 원장은 "이럴 경우 가려움 증상이 알레르기가 아닌 다른 원인일 수도 있고, 이 검사지에 나타나지 않는 희귀한 알레르기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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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관 원장은 "나타나는 시기가 다를 뿐, 알레르기는 타고나는 것으로 본다. 알레르기는 일반적으로 소아기에서 청소년기에 발병한다"고 덧붙였다.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환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 인구의 20~30%가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고 추산되며 증상은 대부분 소아기나 청소년기에 시작된다.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은 관련이 없다. 나는 오이만 보면 비명을 질러대는 유명한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모임) 회원이지만 그렇다고 오이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치료법은 없을까. 천식이나 비염의 경우에는 약물, 통원치료 등의 요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음식이나 털 알레르기의 경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약을 먹거나 미리 유발 물질을 알고 가까이 하지 않는 방법 뿐 뚜렷한 개선 방법은 없다.

일부 부모, 특히 옛 어르신의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음식을 아이에게 일부러 더 먹여서 치료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정병관 원장은 "아예 말이 안 되는 방법은 아니지만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알레르기 '면역 치료'라는 게 있는데 원인 물질을 소량씩 주입하다가 점차 늘려가다 보면 차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 의료진이 치료하다가도 아낙필락시스(과민성 쇼크)가 올 수 있다. 응급 처치를 할 수 없는 가정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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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는 최 모(31) 씨는 자신이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30세가 돼서야 알았다. 최 씨는 "계속 몸이 붓고 두드러기가 나길래 몸이 허해진 줄 알고 보약삼아 매일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었더니 상태가 집 밖을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해 알았다"고 했다.

최 씨는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으로서 불편한 점을 호소했다. 그는 "돼지고기를 빼 달라고 부탁할 경우 코스라서 어렵다거나 기본 재료라서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고 밝혔다.

최 씨는 "두드러기 이후 돼지고기 먹는 거에 공포감이 있어 아예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간접적으로 먹게 될 때가 많다. 돼지고기 육수나 소스 등에 들어있는지는 식당도 잘 모르고 확인하기도 어렵다. 가끔 나도 모르게 먹었을 때 두드러기 나타나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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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반 사람들의 배려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식품 알레르기를 쉽게 얘기한다. 같이 먹을 음식을 정할 때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감수해야 된다며 돼지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하면 속상하다. 뉴스에서 보면 알레르기 때문에 숨진 사례도 있는데..."라고 밝혔다.

모든 국민이 다 알레르기 검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반응이 지속될 경우 한 번쯤 검사를 해 보기를 권한다. 특히 유아에게 식품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나타난다면 부모가 빠르게 검사를 해야 우리 아이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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