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고립 한국인 관광객 "밤새 물 퍼날라...피난민 신세"

사이판 고립 한국인 관광객 "밤새 물 퍼날라...피난민 신세"

2018.10.26. 오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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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고립 한국인 관광객 "밤새 물 퍼날라...피난민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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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호 태풍 '위투'가 사이판을 통과하면서 한국인 관광객 천 여 명의 발이 묶였다.

외교부는 지난 25일 오전 4시쯤(현지 시각) 위투가 사이판에 상륙해 사이판 국제공항이 오는 27일까지 잠정 폐쇄됐다고 밝혔다. 초강력 태풍으로 인해 사이판 현지에서는 전봇대가 부러지고 지붕과 창문이 깨져나가 건물 내부도 엉망이 됐다.

현지에 있는 한국인 관광객 윤 모(40) 씨는 YTN PLUS에 "피난민 같은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윤 씨는 "창문이 다 부러지고 호텔 천장에 물이 새서 밤새 온 가족 11명이 수건과 이불로 물을 퍼내고 죽을 것 같은 상황"며 "천재지변인 데다가 인력이 부족해 하룻밤 사이에 초토화됐다"고 토로했다.

사이판 고립 한국인 관광객 "밤새 물 퍼날라...피난민 신세"

윤 씨는 "태풍이 오기 2시간 전까지 현지에서도 공지가 없었고, 심지어 태풍이 오는 날 사이판으로 온 팀도 있었다"며 태풍에 대비할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텔 측에서는 1박에 17만 원 정도의 숙박비를 요구하는데,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라며 "이 상황에 다들 어디로 가겠나"라고 토로했다.

사이판 고립 한국인 관광객 "밤새 물 퍼날라...피난민 신세"

또 다른 한국인 관광객 양 모(37) 씨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현지 리조트 직원들도 피해가 커서 더딘 것 같다"고 밝혔다.

양 씨는 원래 지난 25일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비행기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항공사에서는 결항 안내 문자만 반복해서 오고 있다"고 전했다.

양 씨는 태풍으로 인해 다리에 상처가 나서 세 군데를 꿰매기도 했다. 그러나 양 씨는 함께 여행을 온 부모님과 3살, 6살 아이들이 더 걱정이다.

사이판 고립 한국인 관광객 "밤새 물 퍼날라...피난민 신세"

그는 "어머니, 아버지, 누님, 매형, 그리고 저와 아내, 아이들 다 함께 여행을 왔다"며 "아이들이 제일 큰 문제인데 지금은 다치지 않은 것으로 위안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식수나 음식 상황에 대해서는 "리조트에서 즉석밥, 컵라면을 소량이나마 제공한다"며 "시내에 문을 연 마켓이 있다고 해서 가족당 한 명씩 차량에 합승해 가보려고 한다"며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전기는 거의 끊어진 상태여서 자가 발전기로 시간제 공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씨는 끝으로 "고립된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부탁드린다"는 바람을 남겼다.

이 외에도 한국인 여행객들은 SNS를 통해 고립과 피해 상황을 알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이용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은 26일 현재 우리 국민의 실종과 사망, 부상 피해 접수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사진 = 윤 모 씨, 양 모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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