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장자연·임우재 통화기록 입수...담당 검사 "외압 없었다"

[취재N팩트] 장자연·임우재 통화기록 입수...담당 검사 "외압 없었다"

2018.10.18.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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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故 장자연 씨가 숨지기 몇 달 전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의 것으로 보이는 번호와 통화했던 기록을 YTN이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여기에는 임 전 고문의 당시 직장 부근 기지국 통화 내역도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통화 내역이 있는데도 왜 9년 전 수사했던 경찰과 검찰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을까요?

통화 내역을 입수한 취재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뒷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먼저 고 장자연 씨 사건을 둘러싼 논란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9년 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던 사건인데 현재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재조사를 하고 있죠?

[기자]
배우로 활동하던 고 장자연 씨는 지난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숨지기 전 연예 기획사와 언론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와 술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겼고, 넉 달 동안의 수사 끝에 경찰은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 2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장 씨의 소속사 대표를 폭행 등으로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고, 유력 인사가 포함된 17명의 성 상납 혐의는 모두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검찰이 수사를 고의로 하지 않았거나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재조사를 권고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로부터 장 씨가 숨지기 전 1년 기간 통화기록을 제출받아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장 씨가 숨지기 전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과 수십 차례 연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 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YTN 취재진이 통화기록을 입수했죠?

[기자]
대검 진상조사단이 이 통화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장 씨가 숨지기 전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으로 보이는 사람과 수십 차례 연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진상조사단은 먼저 장 씨 휴대전화에 '임우재'라고 저장된 전화번호를 확인했고,

이 번호의 명의가 현재 임 전 고문과 이혼소송 중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라는 점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 씨 휴대전화의 '임우재'가 임 전 고문과 동일 인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YTN 취재진이 자세한 통화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실제로 '임우재'라는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만 7천여 페이지 통화 내역에서 '임우재'라는 이름과 연락한 내역을 따로 추린 자료도 확보했는데요.

처음 알려졌던 것과 달리 35차례 통화를 한 건 아니었고, 24차례 음성 통화, 11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35차례 모두 통화를 한 건 아니었던 건데, 통화 내역에 또 어떤 특이점들이 있었나요?

[기자]
먼저 두 사람의 연락은 장씨가 숨지기 9달 전인 2008년 6월에 집중돼 있습니다.

6일부터 17일까지 12일동안 35차례 연락했을뿐, 1년치 통화내역에 그 외의 기록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통화 시간도 굉장히 짧습니다.

길어야 5분을 넘지 않았고, 짧게는 몇 초, 대부분 1분 내외입니다.

무엇보다 처음 두 사람의 통화 사실이 보도되자 임 전 고문 측에서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임 전 고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화를 건 두 곳의 장소를 확인해봤습니다.

수원 삼성전기 본사가 있는 주변 기지국으로 확인됐습니다.

통화 내역에 대해 YTN 취재진은 변호사를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논란이 커지자 결국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YTN 취재진에게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왜 '임우재'라는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던가요?

[기자]
YTN 취재진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를 직접 만나서 입장을 들었습니다.

지난해 검찰을 나와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현 전 검사인데요.

박 전 검사는 당시의 수사 초점이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진현 / 변호사 (사건 담당 검사) : 단지 누가 누구랑 얼마나 통화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자연) 문건 대상자들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단서를 포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장자연 문건에는 임 전 고문이 없어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확보해 분석했던 전화번호만 2천여 개에 달한 데다 수백 번씩 통화한 사람도 많았던 만큼 '임우재'라는 이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박진현 / 변호사 (사건 담당 검사) : 임우재란 사람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당시에)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고 몇 번 통화했다고 해서 바로 범죄로 의심할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임우재'에 대한 부분은 그렇게 유의미하게, 관심 있게 관찰하지 않았습니다.]

통화 내역 명의자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명의인 것도 최근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진상조사단에서 조사를 이어갈 텐데요.

어떤 점을 주로 살피고 있나요?

[기자]
진상조사단은 임우재 씨 측에 장 씨와 통화한 구체적인 경위와 휴대전화가 이부진 사장 명의인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장 씨와 통화한 임우재 전 고문을 비롯해 이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당시 검사들도 대면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의혹이 나온 만큼 이를 규명하기 위해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활동 종료일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박 전 검사는 단 한 번도 상급자나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아본 적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왜 개인적으로 보관하던 통화 자료를 진상조사단에 전달했겠냐는 건데요.

오히려 최근 추측성의 자극적인 보도가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고, 진상조사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수사 결과나 과정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있다면 재조사를 통해서라도 이를 밝히는 건 정당하다며 조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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